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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모 학대로 숨진 3살 아이, 오군 안치된 곳 가보니...


입력 2021.11.30 05:06 수정 2021.11.30 10:49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비석 없고 비용 안드는 산골장에 뿌려져…누굴 위한 꽃인지 모르는 시든 꽃다발만 놓여

연화장 직원들 "23일 오군 화장 끝나자마자 바로 뿌려진 것 외에 어떤 기록도 없어"

시민들 "오군은 다른 학대 피해 아동들과도 달리 납골당, 수목장 등 추모공간 없어 아쉬워"

계모, 최대 사형선고 가능한 아동학대살해죄 혐의 구속 송치…'방임' 계부도 불구속 송치

의붓어머니에게 지속적 학대를 받아 사망한 오군(3)의 유해가 뿌려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연화장.ⓒ데일리안

계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다 사망한 3살 아이 오 모군의 장지는 겨울을 재촉하는 날씨만큼이나 싸늘하고 적막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새 소리, 낙엽이 부딪히는 소리를 제외하면 인적은 드물었고 찾는 이도 없었다.


진회색 구름이 잔뜩 낀 29일 오전 10시 5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연화장 추모의집(봉안당) 건물을 등지고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니, 유골함을 땅에 묻어 보관하는 '자연장' 공간이 나왔다. 자연장에는 일렬로 검회색 작은 비석들이 박혀 있었다. 고인의 성함과 출생, 사망 날짜 등 비석 밑에 묻힌 유골함 주인의 기본 정보였다.


자연장 왼쪽 한편에 작은 '산골장' 공간이 있었다. 산골(散骨)은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강, 바다 따위에 뿌리는 일로,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의붓어머니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대를 받아 사망한 오군은 23일 화장된 직후 이 공간에 뿌려졌다. 작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두 사각형 공간은 각각 가로로 세 걸음, 세로로 여덟 걸음이면 끝날 정도로 협소했다. 그 공간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회색빛 유골 가루가 흙과 뒤섞여 있었으며, 누군가 섞고 고르게 편듯한 갈퀴 자국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산골장에는 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비석도, 어떤 추모 물품도 없었다. 그래서 오군이 왼쪽과 오른쪽 장지 중 어느 곳에 뿌려졌는지 확인할 길도 없었다. 왼쪽 장지에는 시든 꽃 4개, 오른쪽 장지에는 크고 작은 꽃다발 7개가 놓여 있었지만 연화장 측에서는 언제 놓인 꽃인지, 누굴 위한 꽃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아기 용품과 추모 편지 등 언론에 소개된 다른 학대 피해 아동의 묘소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구름이 걷힌 오전 11시 25분. 1시간 20분이 지났지만 오군을 찾아온 추모객은 없었다. 반면 바로 옆 자연장에서는 같은 시간, 꽃과 술 등을 손에 든 추모객 12명이 다녀갔다. 자연장을 찾은 50대 여성 세 명이 옆을 지나가면서 "편히 쉬세요"라며 남은 소주를 산골장에 함께 뿌려준 것이 산골장을 찾은 이들의 전부였다.


2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연화장 산골장(왼쪽)과 자연장(오른쪽). 오군은 산골장에 뿌려졌다. ⓒ데일리안

오군이 안치돼 있는 수원연화장은 수원도시공사가 수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례시설이다.


산골장과 자연장 주변을 관리하는 수원연화장 직원 A씨는 "유골함을 모시는 봉안당과 자연장지는 비용이 들지만, 땅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당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고독사 등 연고가 없어 시청에서 장례를 치르는 고인이나 가족이 다시 찾기 힘든 고인, 유골함 비치 기간이 끝난 고인 등이 이 곳에 뿌려진다"고 설명했다. A씨는 "유족이 있더라도 경제적 비용이 부담되는 분들이 산골장을 택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여기 뿌려진 이들의 가족 대부분은 잘 찾아오지 않아 조용한 장지"라고 덧붙였다.


수원연화장 관계자 B씨도 "23일 오군의 화장이 끝나자마자 바로 뿌려진 것 외에 산골장은 어떤 기록도 남지 않는다"며 "유족 측이 화장 날짜를 맞추기 위해 수원에 있는 화장장을 예약했는데, 고인이 수원 시민이 아니라서 안치 자격이 안 돼 산골장에 뿌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군을 위한 제대로 된 추모공간이 없는 장지가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5일 오군이 있는 산골장을 찾았다는 시민 C씨는 "다른 학대 피해 아동들은 납골당, 수목장 등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오군의 장지는 황량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군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난 계모 이모(33)씨를 최대 사형선고가 가능한 아동학대살해 및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된 친부 A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아동에 대한 국과수 부검 구두소견에서도 직장(대장) 파열 등의 외상은 강한 가격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상습 학대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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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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