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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눈치만 보고 비위만 맞추고"…한복공정, 시민들은 정부에 더 뿔났다


입력 2022.02.08 05:10 수정 2022.02.08 16:2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한복 입은 중국인' 등장…중국 "조선족 표현한 것" 변명

"문체부 장관의 '무언의 항의' 해명…너무 궁색하고 실망스러워, 이후에도 계속 미온적 대처"

"중국 눈치만 보고 비위만 맞춰온 정부의 굴욕외교 참상…소수민족? 우리가 중국 속국인가"

전문가 "한국 문화를 중국화하려는 의도…정부가 적극 정체성 확립하지 못하면 한글도 중국화"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의 문화 공정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 입은 중국 여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반복되는 중국의 행동은 '한글의 중국화'마저 시도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적극 확립하면서 강경 대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중국의 눈치만 보고 비위만 맞춰온 정부의 굴욕외교가 불러온 참상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에도 정부가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한국시간) '함께하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개회식에는 공연자들이 손에서 손으로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국기 릴레이' 퍼포먼스가 열렸다. 해당 행사에는 어린이, 사회 지도층 등 중국 전역 56개 소수민족 대표가 민족 의상을 입고 참여했다. 이 가운데 한복과 유사한 의상을 입고 댕기 머리를 한 공연자가 방송에 포착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중국은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또 다시 등장한 '한복 논란'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개막식에서 중국인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순간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이 와중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도 대응하지 않는 모습은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 중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개회식 예고 영상에 한복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출국 전에 듣고 혹시 몰라서 한복을 준비해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대표인 내가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함으로써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임을 알린 것"이라며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간 것이 무언의 항의 표시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도 뚜렷한 대응이 없는 정부의 태도에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윤모(48)씨는 "현장에서는 외교 문제 때문에 대응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 이후 며칠 동안 아무런 항의도 없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중국의 속국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33)씨는 "문체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 앉아있던 것이 '무언의 항의'를 한 것이라는 말이 너무 궁색하고 실망스럽다"며 "지금까지도 정부는 중국의 눈치나 보고 비위만 맞춰 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이씨는 이어 "소수민족이 저렇게 화려한 한복을 입었을 리가 없는데, 소수민족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소수민족이라는 것 또한 중국 안에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 더욱 기분이 나쁘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누가봐도 말이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대응을 하지 않는 우리 정부가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이번 논란 말고도 김치를 중국의 채소 절임인 파오차이(泡菜)라고 말한 것, 동북공정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만약 그때마다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면 이렇게 올림픽에서까지 한복을 입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중국은 태국이나 홍콩, 베트남 문화도 항상 자기네 것이라고 우긴다"며 "한국은 동아시아 3위권에 드는 나라임에도 다른 나라와 똑같이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 문화를 중국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정부가 확립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단 중국의 태도가 더 큰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중국이 주장하는 조선족의 한복이라는 것은 올림픽에서 중국인이 입고 나온 한복과는 생김새조차 다르다. 조선족 동포들이 입는 한복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부분들을 강조해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것인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며 "중국도 최소한의 글로벌 에티켓 차원에서의 대응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 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이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는 우리 문화를 중국화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조선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있으니까 합리화하기 더 좋은 여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부소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정부가 적극 나서서 확립해나가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아쉬울 뿐"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 언어인 한글까지도 한복처럼 중국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의 역사문제에 강경 대응하듯이 이번 문제에도 적극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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