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대리인단 ‘소멸시효 완성’ 추정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사망한 강제노역 피해자 민모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족측 대리인단에 따르면 민씨는 1942년 2월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약 5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민씨가 1989년에 사망하자 민씨의 자녀 등 유족이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약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리인단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최근 법원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만료됐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권리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강제 피해자들 4명은 2005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하급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2018년 재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같은 확정판결 이후에도 판결은 소멸시효 기준을 놓고 엇갈린 판단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재판부는 지난해 미쓰비시 매터리얼(전 미쓰비시광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하는 2건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의 2012년 5월 파기환송 판결을 기준으로 잡으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반면 광주고법 민사2부(최인규 부장판사)는 2018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손배소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부터 3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파기환송된 2012년으로 봐야 할지, 확정판결이 난 2018년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법원에서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혼란은 대법원이 소멸시효의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