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으면 '그림의 떡'
금융당국 뒷북 대응에 혼선
정부가 젊은 세대의 자산 증대를 돕겠다며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을 향해 도리어 청년 '희망고문' 적금이란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취업준비생 등 소득이 없는 이들의 가입을 막으면서 무늬만 청년을 앞세운 상품이란 지적이다.
청년희망적금를 둘러싸고 출시 직후부터 벌어진 각종 논란에 금융당국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상품이 출시돼 버린 탓에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의 안정적인 자산관리 지원을 목적으로 마련된 정책 상품이다.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으로 만기는 2년이다. 저축장려금에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해 일반 적금 상품 금리로 환산하면 최고 9~10% 수준의 금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출시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가입 대상 연령에 속한다 해도 모두가 청년희망적금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본인의 소득이 없으면 애초에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상 비과세가 적용되는 다른 저축상품과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나이로는 청년에 해당되더라도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업준비생 등에게 청년희망적금은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도대체 청년이란 이름은 왜 붙인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빗나간 수요 예측에 연신 '헛발질'
이런 와중 금융위가 청년희망적금 가입 기간에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예상보다 많은 수요로 한도 소진 우려가 커지자 출시 후 2주 동안만 전원 가입을 받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해 처음 소득을 얻은 사회초년생까지 청년희망적금에서 제외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 9~18일에 운영된 미리보기 서비스에 이미 200만건 가량의 조회가 몰렸고, 실제로 21일 공식 출시 당일부터 가입자가 밀려들었다. 그런데 금융위가 청년희망적금 사업을 위해 마련했던 예산은 45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모든 가입자가 월 납입 한도액인 월 50만으로 가입할 경우 약 38만명분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자 금융위는 다음달 4일까지는 가입 요건 충족 시 청년희망적금에 모두 가입할 수 있도록 상품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2020년까지 소득 없이 지난해 처음 소득이 발생한 이들은 해당 기간에 가입이 불가능하다. 아직 지난해 소득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인 까닭에 소득이 있음을 증명하려면 2020년 자료를 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는 지난해 중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청년에 대해서는 해당 연도 소득이 확정되는 7~8월경 이후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은 여전히 청년희망적금의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특수한 정책 상품에 걸 맞는 전향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당국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비과세 규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청년이란 명칭을 앞세워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정책 상품에 젊은층이 가입 기회 자체를 잃게 된 현실은 결과적으로 아이러니한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수요 예측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 청년희망적금은 금융당국이 주먹구구식으로 상품을 조성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