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요동'…국내 증시 급락 후 반등
"2주만에 회복한 크림반도 사태와 상황 달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시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포화속에 빠져들었다. 시장에선 이번 위기와 비슷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와 상황을 비교하며 변동성 장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시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으로 세계 증시가 출렁거렸다. 24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급락 후 하루만에 다시 뛰어오르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 지수는 25일 전거래일 보다 27.96p(1.06%) 오른 2676.76에 마감하며 전날 낙폭을 만회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당일인 24일에는 코스피가 2.60% 빠지고, 코스닥도 3.32% 급락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했다.
뉴욕증시도 우크라이나에 첫 포성이 울린 24일 장중 2% 이상 하락했다가 급반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3.20p(1.50%) 오른 4288.70으로, 나스닥 지수는 436.10p(3.34%) 급등한 1만3473.59로 각각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28% 올랐다.
반면 이날 영국 FTSE 100 지수(3.82%), 독일 DAX 30지수(3.96%)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러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MOEX 지수는 33% 빠지며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동안만 시가총액 1890억 달러가 증발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10% 이상 올랐다가 2.26% 내린 30.32로 마감했다. 변동성지수는 크림반도 사태가 정점에 달한 2014년 3월에도 10~15% 등락폭을 보이며 요동쳤다.
금융투자시장에선 201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크림반도 사태 때의 증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당시 국내 증시는 2주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크림반도 사태가 정점을 향하던 2014년 2월 28일 코스피 지수는 1979.99에 마감했지만,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3월 31일에는 1985.61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도 한 달만에 본궤도를 찾았다.
"과거와 달리 '물가 리스크' 뇌관 될 수도"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크림반도 사태 때보다 강도 높은 경제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급격한 유가 상승은 2014년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 24일 국제유가는 8년 반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제 원유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오르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원유 수입에 100%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유가 등락이 증시는 물론 산업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는 민감한 지표다.
더욱이 2014년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경제가 물가 리스크와 직면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대폭 상향조정하며 '물가쇼크'를 예고했다. 한은이 3%대 물가 상승을 전망한 것은 2012년 4월(3.2%) 이후 약 10년 만이다.
당시와 다른 상황은 러시아 제재 동참 여부다. 2014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했을 당시 우리 정부는 제재 연합 전선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대한민국은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목표가 2014년 크림반도 침공처럼 기습적인 무력투입을 통한 일부 지역 분리독립이라고 하기에는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이라며 "향후 상황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불투명한 만큼 금융시장의 혼란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사행동의 범위로 제한적 국지전일지 아니면 전면전일지 여부"라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불가피한 나토(NATO)의 개입과 동서 충돌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단기간 변동성 확대로 그쳤던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리 올해 맞닥뜨리고 있는 증시 주변 여건을 반영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