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방역패스 해지되고 오미크론 전파력 강한데 밀집된 투표장소 가는 게 걱정"
"마스크 쓰고 있어도 어디서 확진될 지 모르는 상황서 투표 불안…부모님 확진될까 두려워"
전문가 "투표라는 특수상황 속 단순한 접촉 정도는 전파력 크지 않아…대기 과정이 위험"
"확진자 투표시 일회용 페이스실드 준비 권고…투표인증 위해 손등에 도장 찍는 행위 자제"
오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투표하러 가면서도 확진이 될 수 있다며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모(23)씨는 "짧은 시간이어도 많은 사람이 왔다가는 투표 장소인데 (코로나) 확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오미크론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전파력이 엄청 강하다고 들었는데 비닐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써도 밀폐된 투표 부스 안으로 여러 사람들이 오가면 확진이 안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려했다.
김씨는 이어 "이제 방역패스도 없어지면서 내가 어디서 확진이 됐을 지도 모르는데, 밀집장소인 투표장소는 더욱 걱정된다"며 "특히 저보다 면역력이 약한 부모님께서 확진될까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인 권모(30)씨는 "대선투표 당일은 더 복잡할 것 같고 요즘 코로나 확진자도 엄청 늘어서 장소에 덜 구애 받고 빨리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를 했다"며 "(체감상) 투표를 빨리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사전투표를 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확진자들은 아예 따로 투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에 사람들이 아침 일찍 사전투표를 한다면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조금 더 분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토요일 오전은 주말 아침이라서 사전투표자들이 더 많이 몰릴 것 같아 금요일 오전에 미리 했다"고 덧붙였다.
임모(37)씨는 "대선투표 당일이나 사전투표날 확진자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미 무증상자와 확진자가 넘쳐나고 있고, 방역패스도 해지된 상황인 만큼 대선투표 자체가 확진자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투표 현장에서의 감염병 확산을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치명률이 과거 변이 바이러스 보다 낮기 때문에 큰 위험성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투표라는 특수상황 속에 단순한 접촉 정도는 전파력이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투표소라는 공간이 넓지 않고 대기하는 과정 등이 지체 되고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섞여 긴 시간을 기다릴 때 감염 확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여기에 따로 투표를 하는 확진자들이 투표장으로 오고 가는 과정 사이에서 코로나 확산의 여부를 배제할 수 없다"며 "비교해 보면 오미크론 자체가 이전에 유행했던 델타 등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보다 훨씬 전파력이 강하고 현재 확진자 수도 10배 이상 차이가 나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행된 과거 2번의 투표 때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선거 투표 동안 짧게 있고 투표 중에 사용한 일회용 장갑은 투표 후 바로 버리고 나오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면 큰 확산은 없을 것이다"며 "물론 밀폐된 공간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고 오미크론의 감염력이 높지만 델타 변이에 비해 치명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큰 위험성이 따르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그러면서 "다만, 안전한 방역을 위해 정부가 확진자들이 투표할 때 일회용 페이스실드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시민들도 투표 인증을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는 행위로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도장 인주를 통해 다른 투표자에게 옮겨져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