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 훈풍 탄 ‘와인·위스키’…엔데믹 시대 살아남는 법

새로운 전략 수립에 ‘속도’…주도권 싸움 치열

와인업계, 팝업스토어 등 시음회 적극 활용 예정

위스키 업계, 하이볼 지속…유흥시장도 새롭게 공략

서울 한 대형마트 와인코너에서 직원이 와인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주류 에서 ‘주류’로 떠오른 와인·위스키 업계가 엔데믹 시대 전환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증가한 5억5981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억5925만 달러, 2020년 3억3002만 달러 등에 비해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주류 수입 1위 주종은 맥주였다. 그러나 2020년을 기점으로 순위가 뒤집혔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회식보다는 와인 등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MZ세대 유입의 영향도 컸다.

올해는 맥주와 소주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가족 단위 외식이 늘고, 저녁 회식과 모임도 재개돼 주류업계는 모처럼 실적 회복에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이대로 라면 분위기 역전은 시간 문제라는 게 와인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소주·맥주 제조사들은 이번 거리두기 해제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는 사계절에 따른 프로모션 계획과 전략이 뚜렷하다.

봄에는 대학생 엠티부터, 각종 야유회, 나들이 등으로 소매점 매출이 급증하는 시기다. 또 여름·가을에는 해변 등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한 시음행사가 주를 이루고, 겨울에는 연말 송년회와 신년회 준비에 매진을 한다.

와인업계는 ‘주(酒)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올해는 와인의 문화를 알리고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 적극 소통을 하는 한편, 주류 전문점을 대폭 늘려 세계 다양한 와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브랜드 팝업을 통한 시음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와인의 문화를 알려나갈 예정이다”며 “이와 함께 호텔 연회장 등 코로나 이전에 와인을 대량으로 구매했던 채널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모델들이 하이볼을 선보이고 있다.ⓒ골든블루

위스키 업계 역시 코로나 사태 적잖은 수혜를 입은 업계로 손 꼽힌다. 과거 위스키는 유흥주점이 큰 매출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2~3차까지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크게 줄고,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유흥업소를 이용한 접대문화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위스키 시장은 2009년부터 2020년 까지 꾸준히 판매량이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를 만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면세점마저 임시휴업에 돌입하며 그야 말로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술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이 시장의 ‘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가정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볼’ 마케팅에 속도를 내면서 두각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정용 위스키 소비 비중이 전체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독주라는 이유로 위스키를 기피하던 소비층에게 위스키를 즐기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준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편의점 이마트24의 주류 매출에서 양주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올해 1분기도 매출이 전년 대비 64% 늘었다. 지난 3년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와 양주의 매출 비중은 72대 28 정도였지만, 지난해 48대 52로 바뀌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위스키 업계 고민이 깊다. MZ세대를 지속해서 끌어들일 뾰족한 대안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어 침체됐던 유흥시장에서 ‘아재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기고 어떻게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고심 중이다.

위스키 업계는 가장 먼저 그 혜안으로 5성급 호텔과의 협업은 물론 팝업스토어 등에 주목하고 있다. 위스키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부드러운 저도주나 칵테일 레시피를 적극 소개하는 등 노력에 힘 쓴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유통망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영업조직 재편을 통해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 늘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밖에 휴대가 용이한 소용량 제품 출시 확대 등 소비 지형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각 사가 가지고 있는 맥주 브랜드를 활용해 올 여름 맥주 시장 경쟁에도 뛰어든다. 현재 디아지오코리아는 국내 흑맥주 점유율 1위인 기네스를 국내에 유통중이고, 골든블루도 2018년부터 칼스버그의 국내 총판권을 획득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고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 자연히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다양한 한식과 조화로운 소주와 맥주 매출이 꾸준히 늘겠지만, 코로나 이후 와인과 위스키 역시 하나의 문화로 정착을 했기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