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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처방 불가... 불법 약 거래로 노출된 디지털 성범죄 [ASK TO : beauty]


입력 2022.07.15 11:18 수정 2022.07.15 23:02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데일리안

■ “뼈말라가 되고 싶은 프아 교복”··· 10대 청소년의 다이어트 현 주소


최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극단적인 저체중을 선호하는 ‘프로아나 신드롬’(pro-ana syndrome) 열풍이 일고 있다. 프로아나는 '프로'(pro) 와 '아나'(anorexia)의 합성어로, 거식증을 찬성하는 성향의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10대 성장기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일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다이어트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실시간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일부는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는 표현과 함께 '먹토'(음식을 먹고 토해 냄)· '뼈말라·개말라'(매우 마른 체형)·'키빼몸'(키에서 몸무게를 뺀 숫자) 등 다이어트 강박과 관련된 태그가 함께 달려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SNS을 통해 디에타민 같은 향정신성 약을 구하고 있었다. 디에타민은 만 16세 이상만 처방 가능하도록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디에타민을 오남용하게 되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규제로 인해 디에타민을 구매하지 못한 10대 청소년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한 불법 거래 현장에 노출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약 5일간 진행된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집중 단속’에서도 판매와 양도, 알선 등 모두 147명이 적발됐다. 거래 항목은 디에타민 등 펜터민염산염 제품이 가장 많이 확인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 3조를 보면 ‘금지 행위에 대한 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제 4조의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처벌 대상이다.


■ ‘디에타민 팔아요’ SNS에서 대놓고 이뤄지는 10대들의 약 거래


불법 거래라는 말이 무색하게 거래 정황을 찾기 쉬웠다. 지난 23일 네이버 카페, 트위터,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 디에타민을 검색하니 수 십개의 판매글이 쏟아졌다. 디에타민 한 정당 5000~10000원 선에서 택배 배송 또는 직거래로 이뤄졌다. 해당 글들은 자신이 복용하다가 남은 약을 팔거나, 온라인에 팔기 위해 병원에서 직접 처방을 받거나 또는 사기 목적으로 올린 경우였다. 실제 판매 게시글을 올린 판매자는 '개인 간 약 거래가 불법인 것을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래서 은밀히 약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나도 아직 학생이라 몰래 거래해야 한다"고 했다.


<데일리안> 취재진이 SNS에서 만난 남성과의 채팅 내역. ⓒ데일리안

디에타민 거래를 이유로 성적인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2일 취재진과 만난 디에타민 판매자는 거래 도중 노골적인 요구를 시작했다. 앞서 취재진은 미성년자라고 밝혔지만, 그는 "거래 당일 날 스타킹을 입고 와서 그 자리에서 벗어달라"며 "교복을 입고 오진 않느냐"고 SNS를 통해 메세지를 전송했다. 약 거래 직전 이뤄진 통화에서도 그는 “온라인 상에서 약 거래가 불법인 건 알고 있다. 내가 대화 내용을 유출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해당 그는 거래 현장에 스타킹을 담아갈 용도로 추정되는 검은 비닐 봉지를 가져오기도 했다. 취재진이 신분을 밝히며 접근하자 “난 거래자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며 현장에서 도망쳤다.


■ ‘삭센다 양도할게요’ ••• 피부 닿는 주사류인데 중고 거래에 공구까지


식약처는 지난해 국내 온라인 비대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고 광고해 약사법을 위반한 누리집 394건을 적발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광고·판매되는 의약품의 경우 실제 의약품 여부는 물론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보관 중 변질·오염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강력한 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유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디에타민은 ‘ㄷㅇㅌㅁ’, 삭센다는 ‘삭쎈다’ 등으로 일부 명칭을 왜곡해 판매하는 게시글이 확인됐다. 한 판매자는 ‘삭센다 5개에 35만원으로 서울 지역에서 직거래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삭센다는 디에타민과는 달리 자가주사제이다. 삭센다는 개당 일회용이 아니다 보니 타인의 몸에 접종이 됐을 수도 있다. 즉, 중고 의약품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배송 과정에서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삭센다를 공동구매한다는 판매자도 등장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판매자는 "일반인도 접촉 가능한 제약거래처에서 삭센다를 예약하고 새 제품들을 공급받아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며 거래 인증 캡쳐본까지 여러 장 전송했다. 그는 ‘제약 거래처는 어떻게 접촉하셨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거라 공유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사실상 유통 과정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자가 접종 의약품을 판매하는 상황인 셈이다.


■ ‘고삐 풀린’ 온라인 상 식욕억제제 거래••• 10대 청소년 약물로부터 지켜 내려면


지난 6월 23일 식약처는 의료 관련 학회 등에 '마약류 식욕 억제제 처방 시 주의사항'을 알리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 내용을 보면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남용 및 의존성이 높은 약물로 신중한 처방 및 사용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헬스케어 앱 NOOM 수퍼바이저 김유미 약사는 “사춘기 청소년 같은 경우 호르몬 영향으로 충동성이 높아 정신적 측면을 자극하는 식욕억제제가 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약을 끊는다고 해서 바로 부작용이 해결되는 게 아니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 온라인 중고 거래 관련 “다이어트 약은 개인 마다 적용할 수 있는 용량이나 기간이 촘촘하게 다르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시 임의대로 복용하게 되고 부작용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위험하다”면서 “약은 약국에서 적절한 환경 하에 관리돼야 한다. 중고 거래 시 약 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 지 파악되지 않아 오염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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