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말 180.3%…전분기比 48.8%P↑
당국 권고치 회복…IFRS17 대응 '가속도'
NH농협생명의 재무 건전성이 안정권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금리 인상의 여파로 관련 지표가 잠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돌았지만, 제도 개선 효과에 힘입어 즉시 정상 궤도를 되찾은 모습이다. 이로써 본격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에도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 비율은 180.3%로 전분기 말보다 48.8%포인트 올랐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 미만은 경영개선권고, 50% 미만은 경영개선요구, 0% 미만은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해당 수치는 올해 초 잠시나마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돌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150%를 회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131.5%까지 떨어진 바 있다.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던 배경에는 금리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 때 보험사의 자본력에 부정적 영향이 커지는 건 자산운용 방식 때문이다.
보험사는 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데, 이 중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에서는 금리 인상 시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만기보유금융자산과 달리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로 평가되는 만큼, 금리 인상에 따라 떨어진 채권 가격이 자본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농협금융은 연중 RBC 비율 제고를 위한 관리 방안과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추진, 재무건전성 이슈에 대응해 왔다. 특히 올해 2분기 별다른 자본 확충 없이 RBC 비율을 끌어올린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RBC 비율 규제 완화도 한 몫을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말 RBC 산출부터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로, 내년 시행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금융위는 현행 RBC 제도가 금리 상승 시 자산 평가손실만 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 비율이 하락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LAT 잉여액을 RBC 비율의 가용자본으로 인정함으로써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보험부채 감소분도 자본 증가로 균형 있게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RBC 비율 회복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당장 몇 개월 뒤면 적용되는 IFRS17 대비에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자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RBC 비율 규제 개선 등에 힘입어 한때 논란이 된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 악화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