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배우자와 불륜관계 직원, 회사에 징계 요구해도…근로자 사생활 문제, 징계 어려워
법조계 "공무원 경우 징계 내릴 수 있지만 사기업 매우 드물어…사실적시명예훼손 고소당할 수도"
"아파트 등 좀 더 밀접하고 특수한 관계 불륜도 반드시 근로자 처벌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 없어"
"아파트 관리실, 입주민과 상호 두터운 신뢰가 업무수행에 필수적…징계대상 될 수도"
자신의 배우자가 회사원과 불륜을 저질렀다면 그 회사에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근로자의 사생활 문제는 직장에서의 징계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판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남편이 직장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혼인관계가 파탄났으니 회사가 5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며 제기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남편 A씨가 직장동료인 B씨와 2011년부터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됐다. A씨와 B씨는 회사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만취해 모텔 객실에서 함께 숙박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원고가 회사로 찾아가 두 사람의 불륜관계를 폭로했다.
회사 측은 이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뒤 경고장을 보냈지만, 원고는 회사의 징계가 미흡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함께 근무한 것을 계기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회사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와 관련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회사가 직원 개인의 사생활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법적 이유도 없고, 징계를 내릴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 재판은 원고가 항소를 포기하며 판결이 확정됐다.
이혼 전문 김보람 변호사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불륜 등 문제로 징계를 내린 경우가 있는데 사기업에서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만약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회사 측에 알리고 징계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일반 회사와 달리 아파트 단지 내처럼 훨씬 더 밀접하고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 불륜은 어떻게 될까. 해당 직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율원의 김민주 변호사는 "집합건물(아파트)의 경우 입주자 대표를 선정한다던가 등의 관리 규약이 있는데, 이 관리 규약에 불륜 문제로 인한 징계 내용이 있다면 (징계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일반 회사와 다르게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직원은 조금 더 밀접하고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볼수는 있겠지만, 근로자의 사생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측이 반드시 근로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규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규정에도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규정을 둘 수는 있겠으나, 이것도 아파트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처벌이 된다 안된다고 말할 수 없다"며 "법으로 명문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거나 이뤄진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외도를 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아파트 관리원)의 징계를 사측(아파트 관리단)에 요구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판례 등에 나와 있듯이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사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법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반론도 제기한다.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개인 사생활은 직장 내 징계 사유가 되지 않지만, 아파트 관리실은 입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수밖에 없고 상호 두터운 신뢰가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만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성 관련 부정 행위'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히 대처해야 할 특수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