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정치권도 주민 반발에 '재정비' 군불…현장선 혼선 가중
전문가 "이러다간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놓고 갖은 의견들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속도조절에 들어갔던 정부는 민심이 들끓자 최대한 이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과 시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와 정치권에서 '희망고문'식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추진을 약속하고 있어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못한 채 시간만 지체하는 노후단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다음달 8일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 등 5개 지자체장과 간담회를 연다. 해당 지자체·주민의 의견을 듣고,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2024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고 밝혔다가 반발에 직면하자 최대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설명에 이어 정치권에선 너도나도 의견을 보태며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는 정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토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 지사는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경기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도지사 직속 전담 조직 구성 ▲시급한 재정비사업 재정 지원 ▲노후화 실태조사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 등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1기 신도시의 조속한 재건축 리모델링을 위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병욱 의원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정이 이렇자 시장에선 1기 신도시의 노후단지들이 시간만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려 해도 잊을만 하면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희망고문'이 반복되고 있어 기대감을 접었던 주민들도 다시금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놓고 주판을 굴려보려 해도 명확한 추진 시기는 나오질 않는 상황이다.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반면 조합원 비용 부담이 높고, 재건축은 규제가 까다롭지만 수익성이 더 좋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정비는 교통과 정주환경 등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 논리에 매몰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처음 계획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마스터플랜을 짠 뒤 1기 신도시 정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해주겠다는 말만하고 시기나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질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태도에 기존 노후단지들은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못한 채 세월만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