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 역대 최고
“상단 1450원 까지 열어 놔야”
원‧달러 환율이 끝내 1400원의 벽을 뚫었다.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인플레이션 충격과 그에 따른 통화정책 긴축 강화 조짐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강(强)달러를 진정시킬 재료가 마땅치 않은 만큼,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건 1998년 외환위기 때와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여 만으로 역대 세 번째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번 연속으로 단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존 2.25~2.50%인 기준금리를 3.00~3.25%로 0.75%p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이번까지 5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특히 최근 세 차례는 모두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을 다시 웃돌게 됐다. 연준의 지난 7월 자이언트 스텝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상회했다. 이후 지난 달 한국은행의 0.25%p 인상으로 양국 기준금리가 같아졌으나, 이번에 다시 격차가 0.75%p로 벌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강도 통화정책 긴축으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고(高)환율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달러 강세를 억제할 수 있는 주요인 마땅치 않다는 이유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으로 인해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위안화도 약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한미 기준금리차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최근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나리오별로 원·달러 환율의 향방을 예측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밟을 경우 미국과 한국의 전년 동월 대비 기준금리 변동 폭 격차는 1%p만큼 벌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확대돼 원·달러 환율이 1434.2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전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서도 한미 간 기준금리 인상 폭 격차는 여전히 0.75%p만큼 벌어져 환율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3% 상승하고, 환율도 1409.6원까지 오를 것이란 추정이다.
또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오르는 건 연준뿐 아니라 유럽 에너지 수급 문제, 중국 부동산 위기 심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환경이 그대로라면 환율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두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변수 중 하나라도 최악을 지났다는 심리가 생기면 하락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