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줄지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금리인상기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고,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달부터 공시가 시작된 예대 금리차도 축소해 비난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신한 전세대출' 세 가지 상품의 고정금리를 0.3%포인트(p) 낮추고, 다음 달 4일부터는 특정 소득 조건에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앞선 지난달 24일에도 직장인 신용대출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와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변동금리 등을 최대 0.5%p 내렸다. 이어 이번 달 5일에는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의 금리를 최대 0.3%p 인하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약 27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업인 관련 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3%p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저신용·다중채무자가 개인 신용대출을 연장할 경우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이자 금액으로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대출 원금 감면 프로그램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금리를 0.2%p 내렸고,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2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p 낮췄다.
은행권의 대출이자 인하의 배경에는 최근 가계대출의 감소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자를 낮춰 가계대출을 다시 늘리겠다는 얘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4509억원으로 전달보다 9858억원 줄며, 올해 들어 8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도 대출 금리 조정을 압박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달 22일부터 19개 국내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된 윤석열 정부의 금융 공약 중 하나다.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이자율의 상품이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