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눈먼 소리꾼 송화는 전국을 헤매다 50여년 만에 의붓동생 동호를 마주한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누이 송화에게 소리를 청한 그는 어릴 때처럼 북을 손에 잡는다. 송화는 동호의 북 소리에 맞춰 판소리 ‘심청가’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토해내면서 극은 마무리 된다.
8월1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서편제’의 마지막 장면이다. 뮤지컬은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10년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올해는 뮤지컬 ‘서편제’의 다섯 번째 시즌이자, 마지막 공연이다. 원작 소설의 저작권 사용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1993년 4월 개봉해 최초로 한국 영화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송화를 맡은 신예 오정해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뮤지컬 역시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감독, 김문정 음악감독 등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참여하면서 황홀한 무대예술과 음악으로 12년간 꾸준히 흥행을 이어왔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도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누이 송화와 동생 동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의 소리 길에는 ‘한’이 서려있고, 그 끝에선 ‘한’이 치유된다.
작품의 히트 넘버인 ‘살다 보면’의 가사는 한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함이 없고, 절정에서 송화가 전하는 한풀이만으로도 관람할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상미는 무대에서 수묵화를 떠올리는 배경화면으로 대체된다. 이들의 소리 길을 따라 새하얀 눈이 내리기도 하고,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기도 한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길게 내린 커튼은 청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덤덤하게, 또 묵묵하게 소리를 찾아 떠도는 송화의 모습과 수묵화 같은 배경이 매우 조화롭다.
특히 작품 속의 송화는 차지연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지연은 2010년 초연부터 올해까지 모든 시즌에서 송화를 연기했는데, 이번 시즌은 마지막인 만큼 더 묵직하고 담백해진 송화를 만들어냈다. 차지연 역시 인터뷰에서 “덤덤하게 송화와 이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송화 역으로 차지연과 초연부터 함께 했던 이자람을 비롯해 뉴캐스트인 유리아, 양지은, 홍지윤, 홍자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동호 역에는 김동완·송원근·김준수·재윤(SF9), 유봉 역은 서범석·남경주·김태한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이례적으로 많은 캐스트가 참여하는 만큼 캐스트별로 다른, 다양한 송화를 만나볼 수 있다. 10월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