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카카오 대표 "1차 원인 SK C&C" 지목…데이터센터·배터리 과실 '정조준'
SK C&C는 사고 당시 BMS 정상 작동 강조…책임 소재 두고 법정 소송 갈 듯
'카카오 먹통' 사태 원인과 책임을 두고 카카오와 SK C&C간 공방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화재 발생 인지시점을 비롯해 원인 규명, 손해 배상 여부를 두고 양사가 줄곧 입장차를 보이면서 향후 소송전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오는 24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최태원 SK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하는 것을 앞두고, 책임 소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피해보상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 주체를 놓고 벌어질 공방전에 대비한 명분쌓기라는 시각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전날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고의 1차적 원인은 SK C&C에 있어 피해 보상 논의 수순은 예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에 대해 사과하면서 책임은 우선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관리사와 배터리기업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이날 "15일 발생한 SK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운을 떼며 서비스 장애원인을 처음부터 데이터센터로 지목했다.
이번 화재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홍 대표는 "근본적인 원인은 리튬이온배터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간접적인 원인을 이야기한다면 (카카오가) 우선 순위상 경중 판단을 잘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데이터센터 운영·관리사인 SK C&C와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에게 책임이 더 크다는 말이 된다. 카카오 데이터 이원화 부족은 책임 경중으로 따지면 후순위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SK C&C는 20일 오전 입장자료를 내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은 화재 당일 정상적으로 운영됐음을 강조했다.
SK C&C는 "판교데이터센터 화재가 일어나기 전 정상 작동 중이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어떠한 이상 상황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급격한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담당 직원이 현장을 찾아 조치한 일도 없었다"고 밝혔다.
BMS는 전압과 전류 등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알려,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화재 당시 BMS 그래프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 경고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15일 카카오 서버 약 3만2000대가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카카오톡을 포함한 각종 카카오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켰다.
발화장소가 넓은데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으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서비스 정상화까지 약 나흘이 소요됐다. 화재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관리 부실, 데이터 이중화 조치 부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은 처음부터 엇갈렸다.
카카오는 17일 "우선적으로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해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SK C&C 측은 카카오가 공시 이전 자사와 협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재 당시 전력 차단을 놓고도 입장은 엇갈린다.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소방당국의 요청에 SK C&C는 센터 전체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이때 카카오 연계 서버 외 네이버 등 모든 서버 기능이 중단됐다. 이를 두고 SK C&C측은 양해를 구했다는 입장이나 카카오측은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화재 발생 인지 시점도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SK C&C는 15일 오후 3시 33분에 카카오에 화재를 알렸으나, 카카오는 30분 뒤인 4시 3분에야 화재를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초기에 화재 상황을 빠르게 공유받았다면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 C&C는 화재가 발생한 3시 19분에 화재 경보가 울려, 당시 근무하던 카카오 직원들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결국 법정 다툼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양사 모두 책임 소재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은 동일하지만, 서비스 장애로 발생한 카카오 및 이용자 손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대목에서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구상권 청구 문제는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공방전을 벌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선 카카오 대부분의 서비스가 멈췄다는 점에서 150억~2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
이 뿐 아니라 카카오톡 유저 이탈 가능성, 카카오택시, 카카오게임즈 등 각종 서비스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확한 규모를 가리기 위해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카카오가 셧다운 대비 별도의 재난 훈련을 하지 않은 점, 데이터 이중화 조치가 부족했던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카카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IBM 등 다른 입주 업체들의 경우 카카오처럼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꼽힌다.
한편 경찰 등 관계기관은 17일 현장에서 배터리 모듈 한 점을 수거해 정밀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화재 원인과 초기 대응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