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백업 체제 부실로 '국민 메신저' 위상 흔들…처절한 쇄신 필요
'독과점 규제' '먹통 방지법'은 신중해야…빅테크 기업 탄생 막는 족쇄 될수도
'카카오 먹통' 사태는 초연결 사회에서 그 연결 고리가 끊어졌을 때 어떤 파장을 나타내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메신저, 금융, 쇼핑, 교통이 한꺼번에 막히면서 IT강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사고의 무게와 여파가 작지 않음을 나타내준다.
이번 사고 원인은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다. 하지만 카카오가 백업체제를 제대로 이원화하지 않았고, 재난 복구 대응도 허술해 일을 키웠다는 비판을 더 받고 있다. 홍은택 대표도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은 없었다"고 밝혀 재난 훈련에 소홀했음을 시인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을 실시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추가 구축 등 인프라 확충에도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쇄신안을 내놨다. 남궁훈 대표는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카카오의 의무"라고 밝히며 수습 의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후폭풍'은 단기간 내 사그라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가 이번 사태를 두고 '국가 안보의 문제' '독과점 방지' 등을 거론하며 다각적인 입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카카오가 사실상 공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에 무감각했던 점을 들어,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를 독과점 문제로 끌고가는 것은 지나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사업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손보겠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과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개정을 대면 보고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로 성장한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의 기업은 한국에서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 사건의 핵심은 기업의 데이터 관리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독과점에 초점을 두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과잉처사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데이터 보호' 차원에서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도 신중히 다룰 문제다. 현재 카카오 사태 이후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재검토되고 있다.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에 재난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고 위반 시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내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카카오, 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의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관리·감독을 받지만,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할당받는 통신사(기간통신사업자)들과는 다른 얘기다. 당초 개정안 추진 당시 업계가 과잉규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외국 기업들은 국내에 메인 데이터센터가 없어 국내 규제로 강제하기 어렵다. 사실상 국내 민간기업들에게만 족쇄가 작용한다.
카카오가 원인 규명과 쇄신에 나서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는 규제 마련 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이유로 지나친 법규를 들이대거나 독과점 법안처럼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IT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의 국내 탄생 가능성마저 훼손시킨다. 이런 때일수록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적절한 자율과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규제 대신 플랫폼 시장을 더 키워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안이 가장 자연스럽다. 경쟁력을 잃으면 대체재로 몰리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카카오의 운명도 그렇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