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테슬라의 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동화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너럴 모터스(이하 GM)는 2025년까지 테슬라를 앞질러 세계 전기차 시장 1위가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GM의 자신있게 전기차 세계 1위라는 목표를 내세운 데에는 근거가 있다는 반응이다.
기술과 투자규모 모두 갖춘 GM, 규모의 경제로 테슬라 압도
GM이 전기차 시장 세계 1위를 자신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의 강자는 선발주자인 테슬라지만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회사와 같이 대량생산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규모를 갖추진 못하고 있다. 때문에 테슬라는 부족한 투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모델을 선공개 후 계약금을 받고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차량 생산을 준비하는 실정이다.
반면,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GM은 스케일이 다르다. GM은 전기차 회사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선언한 이후,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350억 달러(1달러=1350원 기준 약 47조2500억원)를 투자하고 다양한 가격대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최소30종의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공표했다. 계획된 전기차를 모두 출시하는 2025년을 GM이 세계 전기차 1위에 오르는 시기로 전망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GM이 지닌 앞선 기술력도 전기차 시장 1위 등극에 힘을 실어준다. GM은 1996년에 이미 세계 최초의 전기차를 양산했을 만큼 전기차 기술력에 있어서는 앞서있다는 평가다. 실제 GM의 3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은 모듈식 차량 구동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차종을 가리지 않는 뛰어난 범 적용성으로 수많은 전기차 모델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GM은 경제성을 중시하는 일반 전기차 모델부터 프리미엄 전기차, 상용 트럭 전기차, 고성능 퍼포먼스 전기차까지 모두 만들 수 있어 다양한 범주에서 확고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성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GMC 허머EV와 캐딜락 리릭, 쉐보레의 전기차도 바로 이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되는 모델들이다.
GM은 최신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얼티엄 배터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채결하고 있다.
GM은 최근 LG화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받는데 합의했다. 계약을 통해 GM은 LG화학으로부터 올해 하반기부터 2030년까지 95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0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서 고성능 배터리를 제작하는데 쓰인다. 또 리벤트(Livent)와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며 주요 원재료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GM의 전기차 사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 에너지부는 얼티엄셀즈에 약 25억달러(한화 약 3조37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시장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지원 자금은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 총 3곳에 있는 얼티엄셀즈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합리적인 전기차 가격, GM이 해낸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GM은 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인 전기차 가격까지 낮출 계획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6만8천달러, 한화 약 9180만원에 달한다. 이는 내연기관 패밀리카 가격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마저 사라진다면 전기차 대중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테슬라 역시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반면 GM은 성능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대중 전기차 모델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계획이다. 이미 GM은 합리적인 가격의 쉐보레 볼트 EV와 EUV를 판매 중에 있으며, 약 3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이쿼녹스 EV와 내년 4만5천 달러부터 시작하는 블레이저 EV를 미국시장에 각각 출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내연기관 모델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미국 EPA기준으로 300마일(약 483km) 수준으로 고가 전기차 못지 않은 뛰어난 성능이다.
고효율, 친환경 차량으로 전동화 전환 과정의 간극 매꿔
전기차 사업을 뒷받침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사업도 건재하다. GM이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연기관차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요가 높은 내연기관 모델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전기차 시대를 위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에겐 기대할 수 없는 옵션이다.
때문에 GM 한국사업장의 역할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의 간극을 매꿔줄 고효율, 친환경 차량을 책임지며, GM의 미래 전기차 전략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글로벌 전기차 개발도 GM 한국사업장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GM 한국 연구개발법인은 GM의 연구개발 기관 중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클 정도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다수의 글로벌 EV 프로젝트에 투입돼 전기차 개발 및 미래 모빌리티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EV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약 500명의 국내 엔지니어를 2023년까지 두 배로 늘리며 GM의 전동화 사업에 기여할 계획이다.
GM의 본격적인 전동화 행보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짧은 시간 내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축이었던 GM이 기술력과 자본을 집중한 규모의 경제로 전기차의 가격을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낮춘다면, 목표인 세계 전기차 시장 1위 등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GM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