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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전세대출 확대 '마이웨이'…부동산 침체 '풍선효과'


입력 2022.12.30 06:00 수정 2022.12.30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고금리에도 5대銀서 올해 3조↑

'주택 거래 한파' 가계부채 변수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이 내준 전세자금대출이 올해 들어 3조원 넘게 불어나며 13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대출이 전체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현실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부동산 시장 한파로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대신 전세 수요가 확대되는 풍선 효과 때문으로, 이를 둘러싼 대출이 가계부채 관리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총 133조64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3조3678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에서 나간 전세대출이 31조52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30조439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6조3741억원으로 각각 2.4%와 2.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하나은행도 23조9431억원으로, 농협은행은 21조1761억원으로 각각 0.2%와 4.3%씩 전세대출이 증가했다.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세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전세대출은 계약 대부분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이자율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이 큰 상품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 이자율도 상단이 7%를 넘어섰을 정도로 부쩍 높아졌다. 이번 달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5.16~7.33%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가계대출 전반에는 금리 인상의 여파가 곧바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699조355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5%(3조3761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서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2%(7조4379억원) 감소했다. 해당 통계 상 연간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연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든 적은 없다.


이는 결국 고객들이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알면서도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주택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며 집을 사기 보다는 전세를 구하려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여파로 풀이된다. 아파트 거래량이 바닥을 기면서 올해 처음으로 전세 거래가 이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세 거래 총액은 177조400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매매 거래 총액에 비해 106조7000억원 많은 것으로, 2011년 관련 자료가 공개된 이후 첫 역전 사례다.


이런 와중 은행들은 전세대출 이자율을 낮추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를 매주 살펴보겠다며 경고장을 날리자, 수요가 많은 전세대출 이자율부터 손보기에 나선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부터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고정금리 전세대출 이자율을 최대 1.1%p 인하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9일 신규 코픽스 6개월 변동 기준 전세대출 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확산될 경우 전세대출은 추가 증대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가계부채 관리에 전세대출이 관전포인트로 떠오른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에 가계대출이 대부분 축소되고 있는 와중에도 실수요와 연계된 자금은 수요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전세대출 등 일부 부문에선 상반된 흐름이 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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