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재정 여력 확보해야
우리나라가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중인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하면 재정지출의 GDP 성장 효과가 약 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의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고령화는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재정지출이 GDP에 미치는 영향도 약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여타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2000년 1.48에서 2021년 0.81까지 하락했으며,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2000년 6.9%에서 2021년 16.7%로 늘어났다.
이에 한은은 기존 연구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재정충격을 식별한 후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인구 고령화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증가하면 식별된 재정지출 충격의 GDP 성장효과가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하 기존 연구 결과와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인구고령화는 노동공급 감소와 고용의 질을 악화시켰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퇴 후 노후대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소비성향도 가파르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평균 소비 성향 비중은 55% 미만이었다.
이같은 구조는 생애주기 이론에서 주장하는 U자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연령별 평균 소비성향은 25세 이하 95%, 25~64세 평균 82%, 65세 이상 98%로 집계됐다.
또한 구조모형 분석 결과 고령층 가계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재정승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 모형 대비 고령층 가계 비중이 1%p 증가(청년층 가계 비중 1%p 감소)하는 경우 2년 후 누적 재정승수가 0.78에서 0.73으로 하락했다. 기존 연구에서 주로 언급되는 노동공급 감소, 소비성향 약화 채널이 아닌 고용의 질 악화 경로도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반사실적(counterfactual) 실험으로 확인됐다. 해당 실험에서는 기본모형에서 비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고령층 가계가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재정승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향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재정지출을 통해 고령화 이전과 같은 정부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지출이 소요됨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마저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