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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속도조절 '깜빡이'…한은은 5%대 물가에 '고심'


입력 2023.02.02 10:20 수정 2023.02.02 14:5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비둘기’ 연준 예상대로 0.25%p↑

1월 물가 5.2%로 올라, 공공요금 ↑

한·미 금리차 1.25%p로 다시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미국이 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은 고심 중이다.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금리 동결이 합리적이나 국내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5%대로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로 0.25%p 높였다. 시장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물가 둔화(디스플레이션)’를 언급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인상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인 2% 수준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아직 초기단계지만 디스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복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3~5월 추가로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고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중 금리인하를 점치는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오는 2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지 않겠냐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국내 물가가 5%대로 여전히 높지만 점차 둔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도 하락 중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가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긴축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겠다”면서도 “향후 기준금리 운영에 있어서는 물가상승률이 현재의 전망대로 둔화흐름을 이어간다면 실질금리의 상승에 따른 경기부진 및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감안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 금리 상단 격차 그래프.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통계청에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2% 오르면서, 고물가가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9개월째 5%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공공요금이 줄인상 되며 물가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1월 전기·가스·수도는 28.3%나 급등해 2010년 별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1%p에서 1.25%p로 확대된 것도 부담이다. 이는 2000년 10월(1.5%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폭이다. 양국간 금리 상단이 과도하게 벌어지면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책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은은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도 쉽지 않다.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경기와 물가 상충, 미국 긴축 기조 등을 모두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0.25%p 인상에 찬성하는 위원은 4명, 동결을 주장한 위원은 2명이었다. 만약 오는25일 열리는 회의에서 금통위원들 견해가 3대 3으로 갈리면 최종 결정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이 총재가 내리게 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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