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식
합계출산율 지난해 0.86명까지 하락
“국민연금 개혁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겉으로는 연금개혁을 할 것처럼 움직였지만 ‘연기’에 가까웠었죠. 개혁 논의는 이뤄졌지만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면피하듯 개혁안을 국회에 던졌고, 정치권은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흘려보내다 결국 이룬 것은 없었었죠.”
보건복지부 고위관료 P씨는 역대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노후에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로 1988년 도입됐다. 역대 정부는 시간이 흐르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 제도 개정을 시도했지만 표심을 의식해 연금 운영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로 연금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집권 초기 연금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론 눈치에 결국 개혁을 철회한 것이다. 현 정부 입장에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부담이 커졌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의 35년 국민연금 역사에서 제도 개혁은 두 차례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 설정된 ‘저부담·고급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지급 시기를 60살에서 65살로 늦추는 ‘1차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여기서 소득대체율이란 내가 일을 할 때 받았던 소득을 국민연금으로 얼마만큼 대체해주는지에 대한 비율이다. 즉 소득대체율 60%는 내가 일을 하면서 받은 평균급여의 60%를 연금으로 지급해준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2차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2003년 법제화 이후 첫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보험료율 9% 및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하면 2036년 기금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 고갈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보험료율(내 월급여에서 연금보험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9%로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인하하고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40%로 인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국민연금 개혁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론 눈치를 보며 결국 개혁을 철회했다.
문 정부는 2018년 4차 재정계산 당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적립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 나오자 서둘러 개혁 작업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손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4가지 조합의 개혁안을 제시했다. 쉽게 말하자면 ‘더 내고 더 받겠느냐’ 아니면 ‘오래 내고 늦게 받겠느냐’를 결정하는 방안으로 요약된다.
다만 이 역시도 2060년을 전후하면 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소극적인 방안들로 땜질식 개혁안이라는 여론이 당시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연금 개혁 방안들이 결과적으로 국민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했고 국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여론이 싸늘해지는 것을 감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개혁을 철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개혁안 초안을 검토한 뒤 “국민 의견을 보다 폭넓게 반영하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께서) 보험료 인상이 국민들 눈높이와 제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연금 제도 개혁 필요성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지난 정부 때보다도 더욱 빨라졌다. 2030년 1.32명으로 추산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6명까지 떨어졌다. 66살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0년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8년 평균인 13.1%를 크게 웃돌았다.
<[연금개혁②] 발등에 불떨어진 연금개혁…2057년 기금 고갈>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