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 하청업체 대표 소개로 경찰 간부 만나 저녁식사
"횡령 부분 혐의서 빼 달라" 청탁 의혹…청탁 대가로 3억 원 지급 약속
'선수금' 성격 1억 2000만원 현금 전달…이상영 "눈치 보이니 혼자 다녀오겠다"
경찰 간부 뇌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공여자로 지목된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이 금품 전달 전후 주변에 "전달 잘했고, 얘기도 잘 됐다"고 말하는 등 상황을 공유한 구체적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하청업체 대표 A씨의 소개로 강원경찰청에서 근무 중이던 김모 경무관을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회장은 당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던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수사가 회삿돈 횡령 등 개인 비위까지 확대될 것을 염려해 김 경무관에게 "횡령 부분은 혐의에서 빼 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청탁 대가로 김 경무관에게 3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뒤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대표에게서 1억 원, 대우산업개발에서 2억 원을 각각 받아 뇌물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산업개발에서 건네받은 2억 원은 대여금을 가장해 지인에게 지급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이렇게 마련한 돈 중 1억 2000만원을 김 경무관과 따로 만나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의심한다. 또 돈을 건넨 날 이 회장이 주변에 "눈치가 보이니 기사 없이 나 혼자 다녀오겠다", "전달 잘했고 얘기도 잘 됐다"고 말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선수금' 성격으로 김 경무관에게 돈을 일부만 건네고, 나머지 1억 8000만원은 경찰 수사가 원하는 대로 마무리되면 사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대우산업개발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김 경무관의 가족을 회사 고문으로 임명한 뒤 월급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 금품 지급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첩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공수처는 지난달 김 경무관과 이 회장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회장은 압수수색 직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뇌물 자금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금세탁을 담당한 이 회장의 지인도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 회장을 비롯한 공여자 측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 경무관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된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경무관은 공수처의 압수수색 후 수사가 본격화하자 대기발령 조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