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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요금 인상] 시장원리 아닌 정치셈법으로 결정된 '전기·가스요금'


입력 2023.05.15 12:54 수정 2023.05.15 12:54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한전·가스공사 적자 해소하기엔 턱없이 모자라…원가주의 실종 비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두 달 가까이 지연됐던 2분기(4~6월) 에너지요금 인상 결정이 마무리돼 내일(16일)부터 적용된다.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되고,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전기요금을 인상했다는 시그널은 줬으나 당초 요금 인상 목적의 핵심이었던 양대 에너지공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에너지 상승에도 에너지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역마진 구조, 즉 비싸게 사들여 싸게 파는 구조를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한전의 경우 이번 인상으로 올 하반기에 2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줄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수준 가지고는 에너지 기업의 적자 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재작년 말 시작된 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역마진 구조를 지속한 탓에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적자가 45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한전은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더니 올 1분기에도 6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일찍이 이러한 요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단계적 인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작년 말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올해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에너지요금은 시장원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에너지요금을 시장원리에 기반해 정상화하겠다는 이 장관의 발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2분기 에너지요금은 정치권의 개입에 크게 휘둘렸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은 원칙대로라면 올해 3월 안에 결정돼 4월부터 시행돼야 했지만 정치권의 개입으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요금 결정이 다음 달로 미뤄진 사례는 처음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부, 국민의힘, 경제계, 에너지 업계는 4월 20일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를 열었지만 인상 시점과 인상폭은 특정하지 않아 논의가 다시 공회전을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방미로 휴면기에 들어갔던 전기요금 논의는 오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되기까지 장장 45일가량이 지연됐다. 에너지요금이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셈법으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정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 대폭 인상하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 인상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도 대신 폭을 작게 가져가는 편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2분기 요금 발표가 두 달 가까이 지연된 점을 고려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발표해야 하는 3분기 요금은 당정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더욱 가까워지는 남은 3분기와 4분기에는 인상이 아닌 동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대로면 내년 초에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채권 시장 교란은 물론 전력 대란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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