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Evergrande)그룹이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5년 연속 신규주택 판매 1위’에 올랐던 비구이위안(Countrry-Garden)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는 등 중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헝다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이 나와 파장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17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요청했다. 자회사인 톈허 홀딩스도 함께 신청대상에 올렸다. 파산보호 승인을 위한 심리는 오는 9월 20일 열릴 예정이다. 해외 채권자들로부터 채무변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챕터 15는 다국적 기업의 지급 불능 상태를 다루는 조항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헝다그룹의 역외자산에 대한 모든 소송이 중지되고, 채권자들의 압류가 불가능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헝다그룹의 역외 부채 중 상당 규모가 미국법 관할 아래 놓여 있다”고 전했다.
헝다그룹은 앞서 2021년 12월 227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총부채 규모는 2조 437억 위안(약 375조원)에 달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와 맞먹는다. 2021~2022년 누적 손실액은 5819억 위안에 이르고 지난해 3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사실상 헝다그룹이 촉발했다. 헝다그룹이 디폴트를 공식화 이후 자자오예(Kaisa), 화양녠(Fantasia), 스마오(Shimao)그룹 등 중국 굴지의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에 내몰리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했다.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가 채무 원리금을 감당할 만큼의 이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다. 16일에는 채권단과의 회의를 오는 2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헝다그룹이 채권단에 새로운 채무 구조조정안에 대해 고려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회의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32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일 이후 비구이위안과 위안양(Sino-Ocean)그룹 등 대형 부동산 업체들도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헝다그룹 사태’ 이후 중국에서 판매되는 주택의 40%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이 줄줄이 채무 상환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신탁업계에도 경고음이 울렸다. 대표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릉국제신탁이 만기가 찬 상품의 현금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중룽국제신탁은 총자산(6290억 위안)의 10% 이상인 670억 위안이 부동산 부문에 담겨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룽국제신탁의 대주주인) 중즈그룹을 둘러싼 혼란은 3조 달러 규모의 중국 ‘그림자 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1조 1000억 위안 규모의 중국 내 신탁 상품이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노출돼 있는 까닭에 부동산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