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흰우유 출고가 인상률 3% 인상
대형마트서 1L 2900원대 후반 예상
경쟁사들도 가격 인상 두고 본격 저울질
수익성 갈수록 악화돼…포트폴리오 다각화 나서
오는 10월 원유 가격 인상을 앞두고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흰우유 출고가 선제적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유업계의 수익성 보존을 위한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흰우유는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표 품목인데, 올해도 최소폭 인상이 확실시 되면서다.
유업체들은 저마다 강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 대비 수익성이 좋은 해외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을 늘리거나, 장수 브랜드 및 파워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제품 리뉴얼을 진행함과 동시에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가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오는 10월부터 흰우유 1L 제품의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 3% 인상한다. 이번 인상은 마시는 우유에 쓰는 원유 가격이 10월부터 8.8% 오르는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 물가 안정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인상폭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흰우유 1L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90원 정도 오른 2000원대 후반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쟁사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도 인상을 논의 중인데,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인상폭을 최소화한 만큼 비슷한 수준인 3000원 밑으로 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우유 가격은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정부 권고에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윳값 인상 결정 이후 유업체와 만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른 제품까지 연쇄적으로 값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 유업체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올해 원윳값 인상분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탓이다. 현재 타 식품사의 경우 통상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유업체들은 5% 미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유업계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서울우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2%로 지난해 동기보다 수익률이 나빠졌고, 매일유업은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8%에 그쳐 작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3년간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는 원래도 적자인 제품이라 수익성 보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흰우유 비중이 높지 않은 기업도 가공유 쪽에서 우유를 사용하니 타격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 하면 가격행사 등 프로모션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업계는 사업 다각화로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이 수년 전부터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고객층 다변화로 어려움을 분산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우유는 흰우유 소비 활성화 전략과 함께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신규 수익창출을 위해 성장세가 높은 가정용 아이스크림 등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자사 제품을 활용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나100% 제품을 앞세워 마트와 온라인 채널 마케팅을 통해 학교급식에서 빠진 매출의 간극을 메우고, 트렌드한 가공유 제품으로 MZ세대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침에스프와 우유죽 등 HRM제품 개발을 통한 분위기 전환도 이어가는 중이다.
매일유업은 올해도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를 앞세운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2018년 일찌감치 이 브랜드를 론칭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엔 셀렉스 사업부를 ‘매일헬스뉴트리션’ 이라는 이름의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와 커피전문점 ‘폴바셋’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우유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5년 미국 블루다이아몬드의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처음 들여오면서 관련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바 있기도 하다.
남양유업도 신사업 다각화에 속도를내고 있다. 장수 브랜드 ‘불가리스’ 등 발효유 기술의 강점을 내세워 건기식 시장에 도전하는 한편, 이너케어 건강제품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를 시작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군으로 넓혀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성장 동력으로 단백질(음료, 우유 등), 식물성 음료(아몬드, 오트), 건기식 제품 출시와 함께 B2B 및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유업계 관계자는 “유업계는 최근 저출산 현상 가속화에 따른 실음용자 감소와 대체식품 발달로 인한 우유 소비량 감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산 제품의 유입과 원부자재 인상 요인에 따른 제품 마진 감소, 신규시장 진출 제한 등 악재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 때문에 유제품 사업 만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제한돼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건기식이나 성인식, 단백질 카테고리에 대한 개발 노력과 함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신사업 아이템 등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