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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실장 말만 믿더니...죽 돼버린 경찰의 마약수사


입력 2023.12.28 09:30 수정 2023.12.28 09:32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내사 단계에서부터 특정인 연상시킬 수 있는 정보유출

혐의 입증 자신하며 소환했지만…마약검사 모두 '음성'

본인 방어권 충분히 행사할 수 있게 수사진행했어야 비판

고(故) 이선균씨가 지난 23일 경찰의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배우 고(故) 이선균씨가 27일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경찰의 수사도 곧 종결될 전망이다. 경찰은 '연예인 마약사건'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수사를 시작했지만 정작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이 확실한 물증 확보 없이 유흥업소 여실장의 진술에 더 무게를 두며 수사를 진행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경찰 및 관련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경찰 간부는 '연예인 마약 사건 수사가 물증 없이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불에 안치기도 전에 (수사상황이) 알려진 것"이라고 답했다.


마약 투약 혐의가 확실한 유흥업소 여실장을 적발했고, 그 여실장으로부터 다수 연예인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이상 결과에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라는 취지였다.


◇ 내사 단계부터 정보 유출…특정인 연상할 수 있는 단어까지


이번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10월 19일 한 지역매체가 보도하면서부터다. 이 시점에서는 경찰이 관련자들을 입건하기 전 조사하는 내사 단계였을 뿐이었고 실질적으로 확보된 물증은 없었지만 조사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며 각종 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게다가 경찰 관계자의 입을 통해 '중저음의 목소리', '40대 후반', '톱배우 L씨' 등 사실상 이선균씨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묘사까지 흘러나오며 이 사건은 삽시간에 세간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또 불과 1주일 뒤에는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는 사실이 경찰 밖으로 알려지면서 지드래곤 역시 이미지에 엄청난 손상을 입게 됐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이목과는 대조적으로 28일 현재까지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물은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 유흥업소 종업원(26·여),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31·여)씨 등 3명이 전부다. 경찰은 이외에 마약 제공·투약 혐의로 구속한 성형외과 의사(42·남) 등 2명을 수사 중이고, 나머지 3명은 여전히 내사 대상으로 아직 입건하지도 않았다.


지난달 6일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는 가수 지드래곤ⓒ연합뉴스
◇내부 단속도 못하면서 마약 수사 어떻게 하나


이 때문에 경찰이 내사 단계 때부터 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것이 이런 파국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기에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정보를 유출한 것은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그동안 수사 상황을 최대한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27일 "(이씨가) 수사를 받던 도중 돌아가셔서 안타까움 마음"이라며 "유가족분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려고 했고 외부에는 수사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며 "언론에도 최대한 실명이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뚜렷한 물증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인 A씨의 진술 내용에 의존해 수사를 시작하면서 제때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밀감정에서도 음성이 나온 이씨를 지난 23일 재차 소환해 19시간동안이나 밤샘조사를 이어가는 등 경찰은 이씨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에 "마약범죄 수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관련자 진술과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유무를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정작 주목을 받았던 권씨와 이씨 모두 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며 이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는 A씨의 진술밖에 없었다. 결국 가수 권씨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고, 배우 이씨도 사망함에 따라 그의 사건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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