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 21일 권도형 미국 송환 결정
"권도형, 금융 운영 분야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 인도될 것"
권도형 송환 국가, 지난해 3월 검거 후 11개월 만…도피 22개월 만
한국, 경제사범 최고 형량 약 40년…병과주의 채택한 미국은 100년형 이상 선고 가능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돼 죗값을 치르게 됐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현지 일간지 포베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의 송환 국가가 결정된 건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며 도피 22개월 만이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이달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 주체가 돼야 한다. 하지만 권 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만큼 법원이 결정 주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도 법률적인 근거를 들어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는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로디치 변호사는 그러면서 권 씨가 법적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원이 순수하게 법률에 근거해 송환국을 결정한다면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권 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결정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법원 대변인이 권 씨가 3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권 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권 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 가능하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 씨는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함께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돼 현재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