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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판결 뒤집힐까…SK 최태원 측 "주식가치 치명적 오류·6共으로 오히려 손해"(종합)


입력 2024.06.17 14:27 수정 2024.06.17 14:3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최 회장 법률 대리인 및 SK 경영진, 17일 언론 대상 항소심 관련 설명

“SK C&C 주식 가치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 재산 분할에 결정적 영향”

"6공 관계로 공정위/국세청 조사…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부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조 단위 재산분할 판단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6공화국 뒷배로 특혜를 봤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밝혀 향후 3심(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 있을지 관심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재판 현안 관련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6공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해왔으나, 구체적 판결 내용의 오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 이번 주장의 핵심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SK C&C 주식 가치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 재산 분할에 결정적 영향”

대한텔레콤(현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 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처음은 2007년 3월 1:20 비율로, 두 번째는 2009년 4월 1:2.5 비율로 액면분할하며 최초 대비 1:50 비율로 가액이 축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②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5월 주당 100원, ③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와 관련해 청현 회계법인 한상달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함으로써 약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을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다른 기여분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사실상 SK㈜ 주식의 가치 성장이 재산 분할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봤다.

ⓒSK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100원→1000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의 설명이다.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 1배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재산 분할 판단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숫자에 결함이 있는 만큼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수치만 고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수치 오류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시점 이전과 이후에 대한 성장률을 잘못 판단하고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 반대로 판단했다"며 "단순히 숫자를 고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SK

대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 변호사는 "대법원은 법률심이고 법리에 대해 판단한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직권탐지주의라고 해서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증거에 의하지 않고 사실을 인정하면 파기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가치 산정 오류가 정정될 경우 재산분할액도 달라지게 될 것으로 봤다. 이 변호사는 "SK(주) 자체 가치가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3조원이고 SK실트론을 넣으면 3조7000억원이 된다. SK(주)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도가 큰 재산이어서 고유 재산이라고 판단되면 1심 판결처럼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 판결처럼 노 관장이 공동으로 유지하고 형성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돼 훨씬 많은 부분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그 비율을 유지하더라도 금액은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은 '6공 지원설'과 관련해▲비자금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제한이 특혜용이었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손해 본 사항 등에 대해 차례로 설명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SK
"5·6공 정부 일원인 게 YS 정부서 도움 됐겠나"

먼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에 대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들어왔는지 세부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이 들어왔다는 말만 팩트(사실)로 치부된다"면서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조사 당시 300억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포스트잇 메모지에 나와있는 비자금 내역은 1995년 수사 당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별도의 비자금이 존재하는 것인가 파악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노 관장 측은 항소심을 진행할 당시 '비자금' 카드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343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대한텔레콤(SK(주) 주식의 뿌리)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에 대해서도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SK에 요구했다가 유야무야된 어음 100억원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 당시가 2013년인 것 같다. 참 애매한 표현이다. 그래서 받았다는 것인지, 안 받았다는 것인지,안받았다면 그 어음은 어디로 갔다는 것인지 후속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가 6공화국 특혜를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특혜가 무엇인가, 그 특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제6공화국 정부와 사돈이었던 인연이 김영삼 정부로도 이어져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도움이 됐고, SK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5공, 6공을 지난 이후 5공, 6공을 칭찬하고 정부의 일원이었던 점이 그 다음 정부에서 어떤 뒷배가 되고 큰 힘이 됐던 적은 없다"며 "6공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것이 그 다음(정부)으로 전달되기는 매우 힘든 사회가 아니었나, 여러분들도 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SK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 당시 세계적인 추세였다며 관련 업계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내려진 결론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6공 시기에 특혜 받은 부분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6공 시기에 받은 특혜는 생각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있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이너스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노태우 정부 시기 10대 그룹 매출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이미 재계 순위 5위였던 SK그룹의 성장률이 9위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SK가 노태우 정부 압박과 종용으로 제2이통 사업권을 자진 반납한 점도 제시했다. 이후 SK는 김영삼 정부 2년 차에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해 1994년 1월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주당 8만원 주식을 주당 33만원 5000원에 사들였는데 다른 입찰자들의 평균이 18만74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높게 매입했다는 주장이다.


김영삼 정부 초기(1995년~1997년)부터 6공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면서 SK는 공정위/국세청의 집중 조사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많은 규제 부처에서 SK에 대해 굉장히 센 세무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러한 것이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역사적 상황을 볼 때 6공의 지원을 받아 SK가 성장한 것이 아니며, 반대로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이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면서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SK

최태원 회장도 이날 수펙스홀을 직접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의 명예가 실추됐고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이 수펙스홀을 직접 찾아 국민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워낙 사안이 중요해 본인이 전달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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