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일본도 살인' 가해자 아버지 백씨, 지난달부터 수차례 피해자 모욕 글 게재
법조계 "고인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하면 사자명예훼손…사실 적시할 경우에는 성립 안 돼"
"피해자와 일면식 없는 백씨, 아들 범죄 정당화하려고 허황된 사실 유포…처벌 가능"
"피소 이후에도 동일한 주장 이어가 처벌 가중 예상…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의 가해자 백모 씨 아버지가 "스파이를 처단했다" 등 숨진 피해자를 모독하는 댓글을 남기면서 유족들에게 피소당했다. 법조계에선 일면식 없는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백씨 아버지가 알았다고 보기 힘든 만큼 아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허황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여지고 이 경우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피소 이후에도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 유가족 측은 지난 4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아버지 백모 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서부경찰서에 제출했다. 앞서 아들 백씨는 지난달 7월29일 오후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날 길이 75cm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아버지 백씨는 기사에 댓글을 통해 "아들이 대의를 위해 행동했다",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함이었다”는 등의 발언을 남겨 논란을 일으켰다.
피해 유가족 측은 "중국 스파이거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 한 사실이 없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고소 소식에 A씨는 "피해자 유족은 언론을 통해 살해 장면을 국민에게 보여 건전한 청년을 흉악범으로 만들었다. 이를 보다못해 댓글을 달았더니 고소한다"며 유족들을 탓했다. 나아가 언론을 향해서도 "피해자에게도 결정적 잘못이 있음을 알면 마녀사냥식의 편파보도는 하지 말고 공정하게 보도하라"고 비판했다. 현재 유족 측은 가해자 백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와 9713명의 시민이 작성한 엄벌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한 상황이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사자명예훼손죄는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 인정된다. 허위사실이 아닌 실제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했다면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백씨가 알 수 없었을 것이란 사정을 고려하면 아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허황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 경우 형법 제308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적시한 사실 자체가 객관적인 허위인 경우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작정하고 공표한 경우에도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만약 백씨가 주장한 대로 피해자가 '범죄를 일으키려고 한 중국의 스파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정보의 출처와 인지 경위 등 참작할 부분이 있다면 형량에 고려가 될 수는 있다"며 "아울러 백씨의 발언들이 대부분 뜬구름 잡는 황당한 내용인 까닭에 정신질환을 의심해 볼 여지도 있는데 이 경우 역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피해자를 향해 '중국의 스파이다'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점에서 비춰보면 사자명예훼손죄는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며 "다만 통상적으로 사자명예훼손죄의 경우 기소까지 이뤄지는 겅우는 드물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봤을 때는 재판에 넘겨져도 벌금형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입건된 이후에도 반복해서 동일한 범죄를 저지르면 조금 더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 백씨의 경우 피소 이후에도 댓글을 통해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또한 액수가 크지는 않겠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