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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농락' 류현진…SF전과 뭐가 달랐나


입력 2013.04.09 11:04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데뷔승 따낸 피츠버그전 장점 발휘

강심장과 로케이션 향상..베테랑급 경기운영능력

류현진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두 번째 등판 만에 기념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승을 따냈다.

8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MLB' 피츠버그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⅓이닝 3피안타 2실점 5탈삼진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4-2로 리드한 가운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온 류현진은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투구와 타선 지원 속에 첫 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초 선두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안타를 내주고 3번 앤드류 맥커친에게 투런 홈런을 얻어맞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후 첫 피홈런이었다. 상대 피츠버그의 시즌 첫 홈런포.

홈런 직후 류현진은 4번 가비 산체스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후 폭투까지 기록하는 등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난조는 딱 거기까지였다. 류현진은 2회부터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휩싸이지 않는 강심장

피츠버그 타선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약한 편이다. 첫 5경기에서 고작 6점밖에 얻지 못했다. 다저스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 등 피츠버그전에 등판한 5명의 선발투수들은 32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만 허용하며 2실점, 말 그대로 피츠버그 타선을 농락했다.

류현진은 1회부터 2점을 내줬다. 그것도 투런 홈런을 맞았다. 피츠버그 타선이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던 터라 더 뼈아팠다. 타선은 약해도 피츠버그 마운드는 앞선 5경기에서 10점만 허용하는 짠물 피칭을 과시하고 있었다. 다저스 역시 피츠버그를 상대로 2경기에서 4점밖에 뽑지 못해 스윕을 원했던 팀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태연했다. 1회말 다저스 타선의 지원으로 동점을 이룬 덕일까. 2회 마운드에 올라온 류현진은 여느 때처럼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했고, 안정적인 피칭을 통해 경기를 주도해갔다. 한화 시절부터 고독한 싸움을 해온 류현진 특유의 강심장이 빛났던 대목이다.


베테랑급 경기운영능력으로 얻어낸 신뢰

선발투수가 초반 흔들리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초반 난조를 단시간 내 극복하고 자기 피칭을 할 수 있는가에서 그 투수의 진가가 드러난다.

류현진은 1회에만 홈런 포함 피안타 2개와 볼넷 하나, 그리고 폭투를 기록했다. 여느 투수였다면 단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금세 안정을 되찾고 관록투를 과시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돈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에게 신뢰를 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루키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미 한국에서 7년이란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지만 류현진이 한화 시절 쌓은 경험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데뷔하자마자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등극한 후 큰 부담과 숱한 견제 속에서 만들어진 경력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1회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난조가 오래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한국에서 쌓은 경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첫 등판에서 10개의 안타를 맞고도 자책점은 1점이었다. 그의 경기운영능력은 베테랑급이다.


빅리그 타자 잡을 구위와 로케이션

샌프란시스코전 등판 이후 류현진을 향해 쏟아진 의문 중에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지니고 있냐는 것도 포함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급이라 할 수 없는 타선을 상대로 무려 10개의 안타를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피안타율은 무려 0.385.

따라서 류현진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의 구위가 빅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1회 홈런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2회부터의 류현진은 구위와 로케이션을 통해 피츠버그 타자들을 철저히 봉쇄했다. 중요한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SF전에서 류현진은 지나치게 빠른 승부를 시도하다가 많이 맞았다. 80개 투구수 가운데 60%가 넘는 50개가 패스트볼이었고, 대부분의 공이 높게 형성되고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피츠버그전에서의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50% 이하로 줄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하면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압도적인 스피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상대 타선을 농락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류현진은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첫 승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냈다.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박찬호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첫 승 경기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한껏 과시한 류현진의 행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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