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가수인가 예능인인가
이효리가 음반 활동을 접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팬들은 '멘붕' 상태다. 2010년 4집 'H-Logic' 활동 이후 약 3년여 만에 새 앨범 5집을 들고 컴백한다는 소식에 세간은 들썩였고 연일 '섹시퀸의 부활' 등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효.리' 아닌가.
이효리가 이번주 음악방송 출연을 모두 취소했다. 5집 '배드걸' 활동 2주만이다. 6일부터 진행되는 케이블 및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출연가수 명단에 이효리는 없다.
방송가 안팎에서 이효리 효과를 기대했던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하지만 이효리는 원래부터 이번 새 앨범 활동을 우선 2주만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단다. 더 이상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효리가 다시 음악방송에 출연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아 그의 선택만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반면 예능 프로그램 스케줄은 줄줄이로, 방송을 통한 이효리의 모습으로 위안을 삼아야할 판이다. '라디오스타', '땡큐', '맨발의 친구들', '해피투게더'는 이미 전파를 탔고 다음 주 '안녕하세요', '화신'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음악 프로 활동 중단과 예능 줄줄이 출연. 어쩌면 현 상황에서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이효리의 행보가 왜이리 씁쓸하기만 할까. 예능 PD들의 집착 때문일까. 분명 이효리 효과는 있다.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 모두 시청률 상승세를 맛봤다. 본인 역시 예능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닐가. 하지만 화제성 예능 출연은 본업 가수 이효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 음원 차트 1위?…"순위 프로는 편치 않다"
'이효리 효과'는 분명 있다. 가요계는 '섹시 여풍' '섹시 퀸' 등 연신 '섹시' '섹시'를 표방하며 이효리를 앞세우고 있다. 방송계 역시 '이효리 특집' '이효리 절친', '나쁜여자 이효리' '이효리 이상순' 등 세간의 이목 끌기에 혈안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온라인 포털에도 반영되며 실시간 순위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5집 앨범과 관련한 이슈는 그 만큼 이끌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6일 선공개곡 '미스코리아'에 이어 21일 정규 5집 '모노크롬'을 발표하며 복귀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이효리의 행보에 언론과 포털을 시시각각 촉각을 세웠다.
'미스코리아'와 타이틀곡 '배드걸'은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 관리하는 가온차트에서 5월5일부터 11일까지와 5월19일부터 25일까지 주간 디지털종합 및 다운로드 차트에서 각각 1위에 올랐으며 멜론 등 음원차트에서 1위까지 올랐다가 이후 줄곧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정작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신화나 포미닛 등 인기 아이돌에 밀려 만년 2위나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한 게 전부다.
이효리는 5월 31일 방송된 SBS '땡큐'에서 "요즘 너무 힘들었다. 적응이 잘 안되고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가면 소외감이 느껴진다.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도 자체가 마음이 편하지 않고 1등을 못해서 그런지... 음악 프로 하던 친구가 콘서트만 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나가긴 나가는데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난 3년간 단단해지고 순위 1위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막상 '인기가요' 안에 날 집어 넣어 보니 아닌거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효리의 귀환은 세간을 들썩이게 했지만 이효리의 노래는 대중을 들썩이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 채널만 돌리면 이효리…예능 효과-우려 목소리 '공존'
가수로서의 활동은 잠정 접은 상태지만 이효리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청률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만큼 예능PD들의 섭외는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5월 29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이효리 편은 8.8%(이하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던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역시 전주 대비 1.0%포인트 오른 5.4%를 기록했다.
5월31일 SBS '땡큐' 방송분 역시 7.5%로 전주보다 2.1%포인트 상승했으며 6일 방송된 '해피투게더' 역시 이효리 효과로 5개월 만에 10% 돌파에 성공했다.
이효리의 예능 출연분이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 섹시 아이콘을 떠나 솔직하면서고 과감한 그의 발언과 그의 패션, 메이크업, 연애사 등 현 트렌드와 맞물려 분명 화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돌직구'를 대표하는 가수이자 '한국의 000', '패셔니스타' 라는 타이틀은 분명 화두에 오른다. 본인의 사생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돌발 발언을 하는 가 하면 "1박2일 출연 고사는 불편한 분이 있어서 그렇다", "핑클시절 이진과 난투극" 등 돌직구를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메이크업 비법이 화제가 되자 과감하게 화장을 벗고 민낯을 공개한다. 30대 중반의 아이돌 출신 가수의 '대책없는' 행보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섹시 언니에서 동네 언니가 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편안 모드로 진행되다 보니 다소 방송 불가나, 방송용 대사가 아닌 돌발 발언이나 위험 수위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나쁜여자 컨셉트다 보니 거칠고 기센 여자로의 변신이 이해가는 대목이지만 오히려 넘침은 부족함 보다 못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의 거침없는 발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이효리의 추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나치게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성향을 보이다 발라드다 이보다 약한 변신으로 컴백할 경우 효과는 더욱 미미할 수 있다. 또한 거만, 건방, 버릇 없음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미지의 스타를 계속 기다리거나 복귀를 환영할 대중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를 보는게 불편하다면 이는 대중들의 외면을 이끌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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