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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되찾을래요"


입력 2018.02.12 08:46 수정 2018.02.12 16:44        부수정 기자

영화 '흥부'로 첫 사극 도전

"감정 진폭 큰 역할, 어려워"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흥부'는 설 연휴에 가족들과 보기 좋은 영화"라고 소개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흥부'는 설 연휴에 가족들과 보기 좋은 영화"라고 소개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로 첫 사극 도전
"감정 진폭 큰 역할, 어려워"


"파이팅하자!"

배우 정우(36)가 스스로 다독이며 말했다.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 홍보 인터뷰에서다.

'흥부'는 천재작가 흥부가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고전소설 '흥부전'을 새로운 관점과 설정으로 재해석했다. '흥부전을 흥부가 썼다'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정우는 극 중 흥부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첫 사극인데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뽐냈다. 7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정우는 "개봉을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흥부'는 설 연휴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정우에게 '흥부'는 유독 의미가 큰 작품이다.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떠난 고 김주혁과 호흡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주혁은 극 중 민초들의 상징인 조혁 역을 맡아 정우와 호흡했다.

앞서 제작보고회 당시 정우는 이어 "작품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을 때 김주혁 선배가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전할 수 있었다"며 "주혁 선배는 날 항상 묵묵히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셨다. 마지막에 선배님이 하는 내레이션이 있는데 그 메시지와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 민란 속에서 하나뿐인 형과 헤어진 흥부(정우)는 오로지 형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저잣거리를 달굴 글을 쓴다. 이후 조혁을 만난 흥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흥부전'을 쓴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백성들의 힘을 강조한다. 거대 권력자보다는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거다.

정우는 "자기 것만 챙기던 흥부가 조혁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을 살피는 모습에 끌렸다"며 "첫 사극인데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내 밝고 긍정적인 모습도 흥부 안에 있다"고 전했다.

언론 시사회 당시 정우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쑥스러운 듯 웃은 그는 "연기할 때마다 부족한 점이 보여서 날 돌아보게 된다"며 "'흥부'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예상했던 그림보다 더 많은 감정신을 현장에서 펼쳐야 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요. 밝고, 명랑한 캐릭터인데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여전히 영화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그는 "형제애, 제자와 스승의 감정, 극한 상황에서 나오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며 "감정을 미리 준비해야 했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영화는 민초들의 힘이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스크린에 이런 류의 영화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영화는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흐른다. 극 말미 감동과 울림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고 김주혁 선배와 함께한 작품이라 의미가 깊다"고 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고 김주혁 선배와 함께한 작품이라 의미가 깊다"고 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결말에 대해선 "감독님의 권한"이라며 "완성본에선 감정이 더 깊고, 무겁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첫 사극 도전과 관련해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을 때 '흥부'를 만났다"며 "사극의 전형적인 말투, 손짓, 걸음걸이를 탈피하고 싶으면서도 너무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붓글씨 쓰는 장면에선 "고민을 많이 했다"며 "흥부만이 선보일 수 있는 자세를 연구했다"고 전했다.

정우는 김주혁 외에 천우희, 정진영, 정상훈 등과 호흡했다. 그는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며 "특히 천우희 씨는 강렬한 캐릭터와는 다르게 밝고 차분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배우는 전작 '재심'에 이어 묵직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을 하게 됐다. "작품을 선택할 때 물론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어떤 감성으로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해요. 울림 있는 작품에 끌립니다."

본인 연기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보면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평가는 관객들 몫이다. 이번에도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으로 데뷔한 정우는 그간 단역과 조연, 그리고 주연 등 비중 상관없이 다양한 배역을 경험했다. 긴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tvN '응답하라 1994'(2013)로 대박을 터뜨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인기에 휩쓸려 곧바로 차기작을 할 법도 한데 신중한 걸음을 내디뎠다. '쎄시봉'(2015), '히말라야'(2015), '재심'(2017) 등이 그런 작품이다.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흥부'의 주연 배우 정우는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단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그는 이제 맨 앞에 서서 영화를 책임지게 됐다. "포지션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지금도 선배들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더 느끼며 작품에 출연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장점을 보려고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잘하는 것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더 눈에 보여요. 연기 욕심인 거죠. 부족한 부분을 찾아가며 성장 하고 싶어요. 잘할 수 있는 착각으로 덤비고 있습니다. 그러다 깨지고, 또 깨지고 돌아보고(웃음)."

정우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감사하지만, 배우로서의 고민은 더 커진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결국 배우가 됐잖아요. 근데 작품에 나왔다고 해서 그게 배우일까요? 고민의 끝은 보이진 않지만,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어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그는 "영화 홍보 인터뷰하는 이 시간, 일하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등 소소한 일상이 감사하다"며 "매사에 감사하고, 긍정적이려고 노력한다. 힘든 일도 털어버리려고 애쓰는 편이다"고 했다.

정우는 데뷔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오디션 보면서 자꾸 작아졌을 때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을 외웠단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이름이 알려진 지금은 반대가 됐다. 자신감은 사라지고, 부족한 점만 눈에 띈다. 실력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고 있어 무겁단다. 그래서 배우는 지금 이 순간, 닥친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어릴 때 정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파이팅해라! 하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배우라는 꿈을 꾸는 아이였죠." 그러면서 배우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다시 갖고 싶어요"라고 되뇌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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