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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계약 불가?’ 중소형 FA의 아이러니


입력 2019.01.15 07:03 수정 2019.01.15 07:04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두 달 가까이 이적 없이 묶여 있는 중소형 FA

보상제도에 발목, 등급제 도입은 언제쯤?

FA를 선언했지만 원소속팀한화와의 협상만 진행중인 송광민과 이용규. ⓒ 한화 이글스 FA를 선언했지만 원소속팀한화와의 협상만 진행중인 송광민과 이용규. ⓒ 한화 이글스

해가 바뀌고 보름이 지났지만 중소형 FA 선수들의 협상에는 전혀 진전이 없다.

현재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FA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은 사인&트레이드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남은 경우의 수는 원 소속팀과의 재계약뿐이다.

칼자루를 쥔 원 소속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수가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 자력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결국 시즌을 앞두고 원 소속팀이 제시한 계약에 사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FA 선수는 이 계약서에라도 사인을 하지 않으면 2019시즌에 참여할 수 없다.

과거에는 FA 선수들에게 시장의 평가나 계약 후 기대 성적 이상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규정상 KBO리그의 FA 선수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한 팀 소속으로 뛴 경우가 많다. 때문에 '10년 근속'을 인정하여 온정적인 계약을 안겨준 경우가 관례처럼 있었다.

하지만 지난 수 년 간 구단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대부분의 팀들이 FA 시장에서 지갑을 닫는 모양새다. 125억 잭팟을 터뜨린 양의지 또한 새 구장으로 이전하는 NC의 적극적인 투자로 기대치에 걸맞은 계약을 체결했을 뿐, 당초 포수 보강이 절실한 복수 구단이 참전한다는 예상과 달리 수요가 몰리지 않았다.

지난해 3위로 도약한 한화의 경우 박종훈 단장이 직접 '철저하게 미래 기대가치로 선수를 평가해 계약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FA 선수들은 소속팀 선수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FA 자격을 취득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선수는 라커룸에서 짐을 빼 개인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잔류나 이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소속인 선수에게 원 소속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온정적인 대우를 할 필요는 없다는 박 단장의 입장은 구단 운영의 합리성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태도 변화다.

하지만 제도상으로는 허점이 있다. 자유 계약을 막고 있는 과도한 보상 규정이 문제다. KBO리그에서는 FA 선수의 현재 실력이나 연차와 관계없이 이적을 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보상선수와 보상금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해 kt 이대형이나 롯데 최준석, 이우민 같은 경우 이적을 하게 된다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원 소속팀이 선언했으나 이는 팀 내에서 완벽하게 전력 외라는 평가가 나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아무런 조건 없이 놔주는 구단은 거의 없다.

FA 당해에 부진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자유 계약 선수임에도 사실상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행 제도 하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이적할 수 있었던 선수는 이번 FA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양의지와 최정, 이재원 정도다. 이들은 모두 본인 포지션에서 1, 2위를 다투는 30대 초반 선수들이다. 확실한 대어급이 아니라면 FA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다.

현행 FA 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송광민(KBS 뉴스 9 캡처). 현행 FA 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송광민(KBS 뉴스 9 캡처).

한화와 잔류 협상을 진행 중인 이용규와 송광민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심정을 밝혔다. 5년 전 총액 67억 원에 한화와 계약했던 이용규의 경우 구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시 받은 계약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FA 자격을 얻은 송광민의 경우 강한 어조로 현행 FA 제도에 대한 비판을 했다. 실제로 KBO리그에서 FA 자격을 취득하려면 대졸 8시즌, 고졸의 경우 9시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 군 복무를 이행하고 퓨쳐스리그에서 갈고 닦는 기간을 거쳐 1군 선수가 된다. FA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나이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서른 살을 훌쩍 넘기는 나이일 수밖에 없다.

프로 입단 후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얻게 된 FA자격이지만 대부분 구단에 발을 묶인 반쪽짜리 FA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선수 입장만 보면 자괴감이 들만도 하다. 타 팀 이적의 가능성도 거의 없고 원 소속팀과의 협상을 지속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용규와 송광민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개선이 시급한 지점은 이적 시 무조건 보상이 발생하는 KBO리그 FA 제도의 허점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FA 선수의 등급에 따라 차별을 두어 보상을 하는 등급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세밀한 규정 도입까지는 어렵더라도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보상 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리그 발전과 선수 보호를 위해 시급하다.

FA 제도의 개정이 없다면 매 시즌 스토브리그 때마다 통보성 협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FA 보상 등급제 도입, 더 이상 공염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 이정민,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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