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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출규제 발등…WTO제소? 자급자족? 맞보복?


입력 2019.07.04 16:38 수정 2019.07.04 16:56        박영국 기자

WTO 제소에 최소 3년…자급률 확대도 단기적으로 불가

강대강 무역갈등시 우리 기업 피해 확대 우려

WTO 제소에 최소 3년…자급률 확대도 단기적으로 불가
강대강 무역갈등시 우리 기업 피해 확대 우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가 4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데만 머물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 수입선 다변화, 자급률 확대, 맞보복 성격의 수출품목 규제 등 여러 방안이 언급되고 있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해결책이 되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관련 업종협회와 산하기관 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행된 시점에 이뤄진 대책회의였지만 이 날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가 바세나르체제 기본지침을 위배하고 있고, WTO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해당 조치 철폐와 함께 한국이 제안한 양자 협의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선에서 그쳤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번 조치를 발표한 지난 1일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한 발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유 본부장은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선 다변화, 국제경쟁력 강화 및 국내 조달망 강화 등을 언급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금명간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현 시점에서는 아무 대책 없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부당성만 반복해서 읊고 있는 모양새다.

애초에 산업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응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WTO에 제소하는 것이지만 시간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없다.

정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WTO 제소를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WTO 제소 절차는 보통 3년이 걸린다. 1심에 해당하는 패널심까지 2년 가까이 소요되고 상대가 항소한다면 1년이 더 걸린다. 최근 우리가 승소한 미국과의 유정용 강관,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등 두 사례 모두 3년 이상 걸렸다.

이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삼성, LG, SK 등 우리 기업들은 계속해서 소재 수급난을 겪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해당 품목 재고는 기껏해야 3~4개월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만간 우리 소재부품의 수입선 다변화, 경쟁력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대책이 나온다고 해서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에도 한국애 대한 불산 수출을 일시 중단한 바 있었다. 당시 우리 정부와 업계는 국내 불산 생산시설 확대와 일본 외 수입선 전환 등의 대응책을 검토하고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 반 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일본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산을 포함해 수출 규제 강화에 포함된 3개 품목은 일본이 세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을 국산화한다 해도 개발비용과 생산단가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순도 면에서 일본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기업이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일본의 수출 규제가 풀린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맞보복 성격의 수출품목 규제 얘기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대응 조치를, 또 일본에게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규제나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승산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당장 수출을 중단하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거나 독보적인 품질을 갖춘 소재나 부품들이 다수 있지만 우리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등 공급선 변경이 쉬운 품목들이 대부분이다. 수출을 규제했다가는 오히려 우리 기업들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도 일본으로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지만,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서로 맞물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WTO 제소나, 자급률 확대, 맞보복 성격의 경제조치 모두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가시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강대강 대응은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게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가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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