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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수수료 전쟁-중] 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도입 전 과열…GA 실력 행사


입력 2019.09.05 06:00 수정 2019.09.04 23:30        이종호 기자

외국계 생보사 시작으로 수수료 개편까지…뜨거운 감자

GA 보험사 상대로 실력 행사…수수료 개편안 후폭풍 거세

외국계 생보사 시작으로 수수료 개편까지…뜨거운 감자
GA 보험사 상대로 실력 행사…수수료 개편안 후폭풍 거세


국내 금융사들이 각종 수수료를 둘러싸고 저마다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에 따라 수수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탓에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공정한 수수료의 접점을 찾기 위한 고차방정식을 눈앞에 두고 해법을 찾기 위한 금융사들의 고민을 들여다봤다.

보험업계의 설계사 수수료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2000년 초반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들어오면서 선지급 수수료를 무기로 국내 생명보험사의 인력들을 대거 끌어갔다.

이후 보험대리점(GA)이 새로운 판매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GA 채널에 집중하는 보험사들은 GA 설계사들의 수수료를 높여 자신들의 회사 상품을 팔게 했다. 지난 2016년에는 메리츠화재가 전속 설계사의 수수료를 높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과도하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보험료 상승과 불완전 판매의 원인이라고 보고 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했다. 수수료 개편안의 골자는 2021년부터 초년도 보험 설계사 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수수료 개편안에 또다시 수수료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금융위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금융위

◆금융당국 보험 수수료 개편방안 발표에 GA 강력 반발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입법 예고를 마치고 오는 10월4일까지 의견 제출을 받는다. 수수료 개편안의 핵심은 보장성 보험 판매 시 설계사에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계약 초기에 집중됐던 보험모집 수수료도 분급해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2021년 시행이 목표다. 현재는 계약 첫해 월 보험료의 170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계약 6개월 이내에 전체 모집 수수료의 80~90%를 준다.

이에 대해 GA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보험대리점 협회는 지난 23일까지 이번 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GA 업계는 보험 대리점 협회를 중심으로 서명 결과와 수수료 개편안의 불합리한 내용을 규제개혁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보험대리점 협회는 모집 수수료 개정 긴급 대응팀까지 꾸렸다. 현재까지 반대 서명은 약 7만5000명이 참가했으며 보험대리점 협회는 10만명까지 추진할 계획으로 오는 9일까지 추가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GA 업계는 보험사와 GA의 체제가 달라 1200%라는 수수료율 제한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GA 업계는 GA의 운영·관리를 위한 조직과 그에 따른 인건비, 임차료, 전산비 등 운영비용을 인정하는 문구를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GA에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강화를 규정 변경을 통한 명문화를 추진하면서 GA 운영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보험사에 대한 GA의 실력행사를 두고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금융위 보험업계는 최근 보험사에 대한 GA의 실력행사를 두고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금융위

◆우려했던 GA 실력 행사 현실화

보험업계는 최근 보험사에 대한 GA의 실력행사를 두고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GA 대표들은 수수료 개편안 반대 서명운동에 이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중단 선언 이후 삼일 만에 삼성화재 GA 담당자들은 GA 대표들과 만나 실적형 수당 1200% 지급 제도 폐기와 GA 설계사 리쿠르팅 금지를 약속했다.

GA 대표들은 회의를 통해 판매 중단 강행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지만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일부 GA에서는 판매 중단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2021년 수수료 1200% 제한 전까지 보험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GA의 실력 행사로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안 발표 당시 우려했던 문제가 두 달 만에 바로 발생한 것"이라며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 수수료 인상은 명분이고 실제로는 2021년까지 최대한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도 남아있다. 보험업계는 이번 개편안 중 설계사가 그만두더라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번 정책을 악용한 먹튀·철새 설계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초년도 수수료를 규제하고 2차연도부터 풀어놓은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지금의 초년도 경쟁이 2차연도 수수료 경쟁으로 넘어가 제도개선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GA의 이번 행동은 GA의 설립 목적인 '고객 맞춤 상품'이 아닌 수수료를 위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설립 목적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설계사가 취급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의 수수료 개편안도 소비자 혜택을 강조하기 위한 방향인데 최근의 논란은 소비자가 외면된 이권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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