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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증자에도 '풍요 속 빈곤'…카뱅 소액 영업 굴레


입력 2019.10.18 06:00 수정 2019.10.18 04:46        부광우 기자

예금 대비 대출 규모 2/3에도 못 미쳐…수익성 '발목'

자본 부족 급한 불 껐지만…계속되는 악순환 우려 왜

예금 대비 대출 규모 2/3에도 못 미쳐…수익성 '발목'
자본 부족 급한 불 껐지만…계속되는 악순환 우려 왜


카카오뱅크 예대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카카오뱅크 예대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카카오뱅크의 대출 규모가 여전히 확보한 예금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금 전체와 맞먹는 돈을 빌려주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크게 모자란 수준으로, 소액 대출 영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렇게 예금이 남아돌아도 정작 자본은 모자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으로, 일단 5000억원의 증자를 확정하며 한 숨을 돌리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영업 구조가 재편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64.4%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경영 평가 항목으로, 조달한 예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지표다.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대형 은행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같은 시점 주요 시중은행 예대율을 보면 ▲국민은행 97.7% ▲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0% ▲우리은행 96.9% 등으로 평균 97.2%를 나타냈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추가 대출에 제한이 걸리는 만큼, 이들 은행들로서는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처럼 예대율이 너무 떨어져도 문제다. 그 만큼 은행이 예금으로 모은 자금을 대출에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연 환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2%로 4대 시중은행 평균(0.69%) 대비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ROA는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수익성 저하에도 대출을 불리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특수한 영업가 꼽힌다. 인터넷은행의 특성 상 젊은 고객들이 많은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 신용대출에 집중돼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금 규모가 큰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고, 기업대출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말 내주고 있는 대출 11조3276억원 중 86.7%인 9조8181억원이 가계 신용대출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13.3%(1조5095억원)에 그쳤다. 국내 은행들 전체로 보면 총 대출(1639조6911억원)에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31.1%(509조6601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부족한 자본으로 인해 건전성 지표가 뚝 떨어지면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6월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1.7%로 은행 전체 평균(15.2%)에 비해 3.5%포인트 낮다. 이는 이미 자본력 미흡으로 대출이 중단된 케이뱅크(10.6%)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래는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정리 이후 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조속히 이사회를 열어 자본 확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대출 포트폴리오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재처럼 계속 예금과 적금만 과도하게 불어나면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예·적금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이자가 대출에서 거둬들이는 이자보다 빠르게 불어나면 결국 자본 부족 현상에서 탈피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카카오뱅크의 예수금 이자 지출은 138.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출에서 거둔 이자수익의 증가율은 72.7%에 머물렀다.

대출 활로를 찾기에도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카카오뱅크에게 또 다른 부담이다. 정부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사업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다. 자칫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걸림돌은 가계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려는 정부의 규제다. 금융당국은 BIS비율을 산정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기존 35%에서 70%로 상향해둔 상태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 비율로, 이렇게 되면 은행들로서는 BIS비율 관리 상 이전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내주기 힘들게 된다.

대출을 확장하더라도 기준금리가 추락하면서 이자 마진이 예전만 못해지고 있는 금융 시장의 여건 역시 카카오뱅크에겐 악재다. 저금리는 은행 실적의 기초인 이자 수익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대출과 예·적금 이자율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은행의 이자 마진은 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의 주력은 가계 주택담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덩치 큰 대출"이라며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인터넷은행들이 이런 장벽을 넘지 못하고 지금처럼 예금만 늘리게 되면 앞으로도 자본 확충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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