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스승' 모리 요시로, 집행위원 연기 발언 수습 나서
사과 받아내고 정상개최 의지 천명..일본 내 비관론 여전
모리 요시로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집행위원이 입에 올린 ‘연기’ 진화에 나섰다.
11일(한국시각) ‘AP’ 등에 따르면, 모리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카하시 하로유키 집행위원의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 발언에 대해 “현재로서는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 (연기와 같은)그런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일본의 총리를 지낸 모리 조직위원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로 아베 내각 기조에 맞춰 도쿄올림픽 7월 개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모리 위원장은 연기 발언으로 혼선을 일으킨 다카하시 위원을 만나 사과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하시 하로유키 집행위원은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취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4월부터는 집행위원회에서도 (연기와 관련된)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예정된 개최가 어렵다면 2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원회 회의가 아닌 개인적 입장이지만 취소 또는 연기 가능성을 일축해 온 조직위원회 의 위원이 처음으로 제기한 비관적 시각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한)도쿄올림픽 취소나 연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는 바흐 IOC 위원장의 발언과도 온도차가 있어 조직위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모리 위원장이 다카하시 집행위원의 사과를 받아내며 연기론의 무게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2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일본 내에서도 확산세와 맞물려 올림픽 개최 비관론은 거세지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 12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선언했다. 팬데믹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설령 코로나19가 일본에서 종식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코로나19 감소세에 접어들어도 세계적 유행 속에 다른 나라들의 확산세가 꺾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림픽 기간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 다시 감염 확대의 위험이 있다. 200여 국가에서 1만 명이 넘는 선수들과 중국을 비롯한 엄청난 관중들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보면, 일본 국민들조차 더 이상 올림픽을 경제적 효과나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후쿠시마 부흥과 재건 선전의 도구로써 반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왜곡하고 덮다가 올림픽 개최에 임박해 통제하지 못할 변수에 부딪히는 것보다 팬데믹까지 선언한 이 시점에 연기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모리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강경파는 “연기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사능 피폭 우려에도 도쿄올림픽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만 15조 넘게 퍼부은 아베 정권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의 연기나 취소는 정치적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일각에서는 제기하는 ‘올림픽 무관중 개최’에 대해서도 홍보 효과나 관광 수입, 막대한 입장수익을 외면할 수 없어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고 있다. IOC 바흐 위원장도 올림픽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절대 불가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조직위 내에서도 현실론과 타협안이 나오며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방사능 피폭 우려에 이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걸림돌을 마주한 도쿄올림픽이 7월에 막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