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전문가들이나 수면전문가들은 자주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호흡이 잘못되면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말하고, 침대가 아무리 편안해도 호흡에 문제가 있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때뿐이다. 사람들이 호흡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신경 쓰는 일이 있을까. 코가 막혀서 답답할 때 빼놓고는 호흡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호흡의 기술’은 수동적인 숨쉬기를 단순 행위로 여기는 사고를 뒤집는다. 평소 호흡기 문제로 악전고투하던 중년의 저자는 의사의 권유로 참석했던 호흡법 강좌를 계기로 호흡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숨을 쉰 것뿐인데 눈에 띄는 컨디션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호흡의 잠재력에 눈을 뜬 것이다.
현대 의학에서 호흡 과정은 해부학과 생리학을 모두 포함하지만, 과학의 어느 분야도 그것을 철저히 탐구한 적이 없었다. 현대의 호흡기학 학자들은 폐암, 폐기종 등 호흡기의 특정 질병을 주로 연구할 따름이며, 의사들은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호흡법이 홀대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의학계와 과학계의 이단아 같은 연구자들 사이로 들어가 무려 10년 동안 숨쉬기 이면의 과학을 파헤친다.
코 호흡과 입 호흡은 어떻게 다를까? 폐활량은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분당 최적 호흡수는 얼마일까? 숨을 천천히 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완전한 날숨 배출의 효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몸이 공기를 어떻게 섭취해 에너지를 끌어내는지, 그 공기가 어떻게 우리의 인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차근차근 점검해 나가며 호흡의 진화사, 의학사를 비롯해, 해부학, 생리학, 물리학을 두루 탐구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문 연구자들의 방대한 저서, 과학 기고문, 인터뷰, 논문 등과 씨름하며 인체라는 복잡한 주제를 공부했고, 때로는 자학적인 실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스탠퍼드대학 코과학 연구 책임자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저자는 실리콘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오로지 입 호흡으로만 열흘을 생활한 끝에 호흡 방식에 따라 생리학적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한다. 실험 결과는 놀랍다. 240시간 동안 입으로만 호흡한 저자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는 급상승했고, 콧속 디프테리아균이 증가했으며, 혈압이 치솟았고, 심박수 변동성이 곤두박질쳤다(심박수 변동성의 저하는 환경 변화에 대한 체내 적응 능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오늘날 인구의 40퍼센트가 만성 코막힘으로 고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만성 입 호흡은 전적으로 비정상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호흡법의 잠재력을 여러 연구로 입증해 낸다. 인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호흡이라는 행위를 생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 이 책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하루 2만 5000회씩 되풀이되는 숨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숨을 쉬느냐에 따라 왜 그렇게 많은 것이 달라지는지 유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호흡법이 건강과 장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저자는 밝혀낸다. 물론 호흡법이 만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호흡법이야말로 “가벼운 문제가 심각한 건강 문제로 불거지지 않도록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제임스 네스터 지음 / 승영조 번역 / 북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