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과 세수 30조원 바탕 2차 추경 편성
‘국가재정법’ 따라 초과 세수는 채무 상환 우선
홍남기, 브레이크 역할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 그동안 여당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 요구가 계속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사실상 2차 추경을 주문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추경 편성 작업을 시작했다.
추경 편성 확정 전까지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 일부 학자들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경제연구기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과 문 대통령이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추경 편성을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 예상되는 30조원 규모 초과 세수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1~4월 국세 수입(세수)은 13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 늘었다. 덕분에 이전과 달리 빚을 내서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된다.
남은 논란은 추경 규모다. 현재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20~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금액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기재부는 선별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과 세수 가운데 일부를 국채 상황에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초과 세수 전부를 추경으로 편성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반대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초과 세수는 법적으로 국가 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하게 돼 있다. 국가재정법 제90조 제1항부터 4항까지는 세계잉여금, 즉 초과 세수 사용처를 명시하고 있다.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금에 사용할 수 있고 지방교부금 사용 후 남은 금액의 30%는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해야 한다. 지방교부금과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30% 이상을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 변제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홍 부총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한 셈이다. 나라 곳간 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법에 명시된 일을 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그간의 전적(?)을 봐서는 큰 기대가 안 되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지원금이 그렇지만 이번 2차 추경에 담길 재난지원금은 지나친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여당과 청와대에서는 꼭 필요한 돈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런데 항변을 위해서는 먼저 이번 추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추경은 본래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발생했을 때 편성하는 예산이다. 지난해 4차례, 올해 1차례 편성한 추경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하더라도 과연 지금도 그런가?
올해 들어 정부는 스스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여러 차례 상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자랑해 왔다.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지만 임기 말 정권이 남발하는 표퓰리즘에 누군가 최소한의 제동은 걸어야 한다.
추경 편성은 결정됐다. 남은 건 3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 가운데 얼마를 쓰고 얼마를 남기느냐다. 주제넘게 한마디 하자면 권력은 바뀌어도 재정은 남는다. 무엇보다 돈은 우리 세대가 쓰고 빚은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한다. 수문장이 흔들려선 안 되는 이유다. 이번엔 홍백기란 수식어를 지워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