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까지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
김정은, 올해 초 전술핵 고도화 주문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도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 고도화'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자체 방어망을 오는 2035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소형 전술핵을 실전 배치해 장사정포와 섞어 쏠 경우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만큼, 우리 군 역량 강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위사업청은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13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장사정포 요격체계 사업 기본 전략을 의결했다. 2조8900억원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은 국내 연구개발을 통해 북한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국가중요시설·군사보안시설을 방호하는 요격체계 마련을 골자로 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측 지역에는 1000여 문의 각종 장사정포가 배치돼 있다. 특히 △170㎜ 자주포(사거리 54㎞) △240㎜ 방사포(사거리 60㎞) 등 330여 문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사업은 이스라엘이 지난 2011년 실전배치한 '아이언돔'을 롤모델 삼고 있어 '한국형 아이언돔' 사업으로도 불린다. 아이언돔은 돔(둥근 지붕) 형태 방공망을 구축해 미사일을 방어하는 체계다.
정부가 아이언돔을 수입하지 않고 국내 개발에 나선 데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8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대응을 위한 요격체계 개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방사청은 "사업을 통해 적(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이 강화됨은 물론 국내 기술력 확보, 일자리 창출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2035년까지 예정된 해당 사업을 2년가량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속도를 감안하면 대응체계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열린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와 전술무기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장사정포, 방사포 등에 탑재할 수 있는 전술핵을 실전 배치할 경우 우리나라의 재래식 전력 우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안정성을 담보할 조치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을 지낸 조성렬 주오사카 총영사는 최근 펴낸 저서에서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를 통해 핵무기 '불남용'은 약속했지만, '선제불사용' 원칙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전략 변화는 "북핵이 협상 압박용을 넘어 직접적 위협 요인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미사일 방어망을 포함한 '다층적 대응체계'를 보다 신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 외에도 '발사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비중 있게 추진하고 있다. 발사 왼편이란 △발사 준비 △발사 △상승 △하강 순으로 이어지는 핵·미사일 비행단계 중 '발사단계'보다 왼편에 위치한 '준비단계'에서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다. 미사일 방어망이 상승 및 하강 단계에서 요격을 꾀한다면, 발사 왼편 전략은 사이버전·전자전 등을 통해 발사가 무산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사 왼편 전략은 궁극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갈등이 덜 격화되는 선택지를 제공해 전략적 경쟁상황 속에서 결정 공간과 억제력을 늘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