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유승민·하태경 '여가부 폐지' 공론화
이낙연 반대 "혐오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
야당에서도 지지 못 받아…'전략 미스' 우려도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선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이준석 대표 역시 "지금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공감을 표시하면서 정치권 논쟁이 불붙었다. 여권은2030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젠더 갈등을 확산시킨다고 비판했고, 야권에서도 폐지보다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7일 대구 북구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성 정책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방법론이 잘못된 거 아닌지 살펴보자는 취지"라며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6일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을 둘 필요가 없다"면서 각 부처에서 담당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한 한국형 지아이빌(G.I.Bill·제대군인 지원법)도입에 쓰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국민의힘 청년문제 해결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젠더갈등 해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표심을 둘러싼 여야 간의 경쟁이 불붙은 모양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 30대 남성의 63.8%가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44.0%로 오 후보(40.9%)를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혐오에 편승한 정치"라며 맹비판했다. 여권의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반대한다"며 "여가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부처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여가부는 1998년 제정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2001년 김대중 대통령님이 처음 만드신 '여성부'에서 시작됐다"며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돼 사회 발전과 변화에 따른 여러 기능,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 대응, 여성정책 기획, 저출산 고령화 대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 권익을 신장하고 여성 참여를 끌어올려야 할 분야들이 많다"며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갈등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가정과 가족에 관한 업무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혹시라도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혐오와 분열을 자극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서도 공감 못 받아…오히려 '감표' 요인 될 수도
야권에서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략상 감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녀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슈인데 자칫 여성 표심을 다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여성할당제'를 '양성평등제'로 바꾸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부' 등으로 부처 이름을 바꾼다거나 보건복지부와 업무를 조정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선 윤희숙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를 여기다 떼어놓은 이유는 다른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여가부를 어떻게 할 것이냐 얘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되는 것은 이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여가부를) 위원회로 올릴 것인지 아니면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좀 더 분명하게 줘서 잘하도록 만들 것인지 두 가지 대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이날 서울 여의도 마리나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유라시아 큰길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여가부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여가부의 역할은) 양성평등뿐만 아니라 가족 문제, 청소년 문제도 다루기 때문에 개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젠더갈등에 편승하고 부추기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