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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500발씩’ 또 금메달 딴 한국양궁, 왜 잘 쏘나


입력 2021.07.25 18:16 수정 2021.07.25 18:2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올림픽에서 40년 가까이 최정상 자리 수성 '23개 금메달'

공정한 선수선발 과정과 축적된 노하우 체계적 관리·공유

한국 여자양궁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 뉴시스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9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대표팀이 25일 일본 도쿄의 유네노시마 양궁장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55-54, 56-53, 54-51) 완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진종오(사격)·오상욱(펜싱)·이대훈(태권도) 등 강력한 금메달 후보들이 조기 탈락하는 이변 속에도 한국 양궁은 예상대로 강력했다. 세계양궁연맹(WA)이 세트제 도입 등으로 온갖 변화를 가하며 독주를 저지하려 했지만, 언제나 시상대 꼭대기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불렀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한국 여자양궁은 단체전이 올림픽에 추가된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무려 9연패다.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국 양궁은 1972년 대회부터 올림픽 양궁 40개 금메달 중 절반이 넘는 23개를 쓸어 담았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단체 4개 금메달을 독식하며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위업을 달성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5개 가운데 벌써 2개를 따내며 전 종목 석권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 양궁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극심한 견제와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 러시로 세계 양궁의 평준화가 이뤄질 만도 하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 원동력은 역시 절실함에서 나오는 무서운 연습량과 선수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양궁은 야구·축구와 비교하기 어려운 비인기 종목이다. 따라서 선수들부터 지도자들까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절실함이 있다. 정상을 지키지 못하면 지금의 인기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선수들은 하루에만 400~500발을 쏜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연습량을 바탕으로 기량을 갈고 닦고 유지한다.


양궁 혼성단체전 금메달 안산-김제덕. ⓒ 뉴시스

선수 선발 과정 중 ‘봐주기’가 없는 점도 한국 양궁을 세계 최정상에 있게 한 원동력이다. 투명성이 보장된 대표 선수 선발은 끊임없이 신예들을 배출하는 바탕이 됐다. 금메달을 2개 이상 수확한 베테랑이 선발 과정에서 실수해도 ‘봐주기’가 없다. 철저하게 원칙에 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표 선수를 선발한다.


10개월 가까이 치르는 선발전을 통해 가장 안정적인 선수, 자기관리를 잘 하는 선수를 발굴한다. 한 번 잘했다고 해서 선발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혼성전도 23일 랭킹 라운드에서 잘 쏜 순서대로 선발했다. 나이나 경험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무서운 막내들' 김제덕(17)과 안산이 탄생한 배경이다.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승승장구하며 쌓아온 노하우의 축적과 체계화도 큰 역할을 한다. 어떤 훈련이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멘탈을 다스려야 하는지 등 경험을 통해 쌓인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돼 공유하다 보니 특정 감독이나 코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감독이 입맛대로 전권을 휘두르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일부 종목들과는 사뭇 다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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