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간인 사찰 등 헌법 가치·정치 중립 훼손
원세훈 "불법성 인지했으면 안 했을 것"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정치공작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70)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심담·이승련)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민병환 전 2차장,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추징금 165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징역형과 자격정지는 1·2심과 같이 구형했고, 추징금 구형량은 198억3000여만원에서 165억여원으로 줄였다. 이는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함께 기소된 민 전 차장에겐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추징금 25억여원을, 박 전 국장에겐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추징금 2억70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인적·물적 조직을 활용해 야권 정치인을 사찰하는 등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헌법적 가치와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 등을 훼손하는 행위로 불법성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불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면 나도, 국정원 직원들 누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 하는 일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국정원장이라는 지위만으로 지시·보고체계가 너무 쉽게 인정됐다"며 원 전 원장이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공작에 관해 보고받지 못했으며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 사찰을 위해 국정원 내 '포청천' 공작팀을 운영하고 야권의 유력 정치인 및 민간인 등을 상대로 사찰과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다만 13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중 권양숙 여사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라고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보고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해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 전 국장의 선고 기일은 내달 17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