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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반복되는 택배 파업, 소비자가 봉인가 [최승근의 되짚기]


입력 2021.09.10 07:02 수정 2021.09.10 07:1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파업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

노조 갑질 논란 이후 비노조원에 대한 폭언, 폭력 고발 잇따라

내부서 지지 못 받는 집단행동…외부 시선도 차가울 수 밖에

지난 4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세대별 배송이 중단된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장 크게 바뀐 소비습관 중 하나는 택배이용 횟수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일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결제가 일상이 되면서 직접 구매보다는 택배를 통해 물건을 받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택배이용 횟수는 2010년 25.0건에서 2020년 65.1건으로 10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작년에 1인당 연간 122건의 택배를 이용한 셈이다.


택배 물동량이 늘고 택배기사들의 일감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처우 문제부터 택배사와 택배기사 간,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택배기사와 소비자 간 주체별로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산업 내 구조적인 문제를 비롯해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명절 마다 반복되는 택배노조의 파업을 놓고 소비자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들여다보면 택배사나 대리점을 겨냥해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입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택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명절을 이용해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위에 대한 지적인 셈이다.


노조의 파업 등 단체행동이 전체 택배기사들의 주장을 대표하기 어렵다는 비난도 나온다.


국내 약 5만명의 택배기사 중 노조에 가입한 기사는 6300~6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략 노조원 비중은 13% 정도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파업 때 마다 택배기사 간 갈등도 심화된다. 노조 소속 기사들이 파업을 할 때 마다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이 일감을 떠맡아야 해서다.


특히 최근 노조 소속 택배기사와 갈등을 빚던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택배노조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노조원이 비노조 소속 기사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다는 폭로가 잇따르면서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파업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노조가 택배기사들을 괴롭히는 마당에 그들을 대표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에서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에, 최근 갑질 사태까지 겹치면서 택배노조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택배파업 관련 기사 댓글이나 SNS,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방관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부터 노조가 이익집단, 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쓴 소리도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을 응원한다는 글도 자주 보인다.


대의와 명분이 없는 행동은 지지를 받기 힘들다. 더군다나 내부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파업이라면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 밖에 없다.


택배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산업 종사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소비자를 인질로 삼는 행동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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