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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씨랜드 참사 재발하나…혈세 투입된 공공기관 출자회사, 도덕적 해이 논란


입력 2021.10.20 07:01 수정 2021.10.19 19:2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회사 불법시공 외부기관에 제보했더니

며칠 만에 면직처분 당한 공익제보자

출자회사 담당자는 전혀 다른 입장

"회사규정 위반에 따른 정당한 조치"

㈜키즈라라가 시공중인 어린이직업체험관 내부시설 전경. ⓒ제보자A씨

한국광해광업공단와 강원랜드가 관리하는 출자회사가 스스로 정화력을 잃어버린 고인물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직원이 회사 불법시공에 대해 외부기관에 공익성 제보를 하자 신원을 보호받기는커녕 인사상 불이익(면직)이 내려지는 사태가 발생해서다. 공공기관 관리·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출자회사가 이같이 경직된 경영을 일삼게 되면 제2의 씨랜드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본보는 지난 19일자 <[단독]세금으로 출자해놓고…광해광업공단·강원랜드 출자회사 부실관리 '도마'> 보도를 통해 광해광업공단과 강원랜드 출자회사인 ㈜키즈라라 부실공사 의혹을 짚어봤다. 키즈라라 전 직원인 A씨는 키즈라라가 안전에 민감한 어린이시설을 건설하면서 비전문가가 건설사업관리를 진행하고 불법 기자재로 불법 시공을 자행하고 있다고 공익제보를 했다. A씨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상급기관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어린이직업체험관 내부공사에 설치된 합판은 '폼알데하이드 방출량 E2등급'으로 알려졌다. 폼알데하이드는 1급 발암물질로 건축법, 실내공기질관리법상 실내건축에 사용하면 엄연히 불법이다. 이 환경호르몬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호흡기로만 흡입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양이 방출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명색이 공공기관 출자회사인데…공익제보 뒤 돌아온건 '면직 처분'

키즈라라 전 직원이었던 A씨는 답답함을 느껴 상급기관을 찾아나섰고 공익제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키즈라라 내부 소통을 통한 해결 방식을 포기하고 이같이 외부 창구를 찾아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관리조차 되지 않는 국내 공공기관 출자회사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29일, A씨는 합병을 앞두고 있던 광해관리공단 관계자를 만난 뒤 안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광해관리공단에서 화순군으로 제보 대상을 변경하기로 했다. 같은달 30일, 화순군청 앞에서 화순군 기획감사실 건설기술행정관을 만났고, 8월 1일엔 화순군 일자리정책실 팀장을 만나 부실시공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화순군 측은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A씨에게 약속했다.


며칠이 흐른 뒤 키즈라라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8월 5일 오전 직원들이 출근하자 키즈라라 대표이사가 보안규정 시행을 이유로 "컴퓨터 비밀번호를 오픈하고 퇴실했다가 오후에 들어오라"고 모든 직원에게 명령했다. 사장은 오후에 들어온 A씨에게 "토요일에 왜 출근해서 뭘 복사했느냐, 뭔 서류를 갖고 나갔느냐, 보완문서 위반"이라며 "확인서에 사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달 12일 A씨는 회사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회사가 불법시공을 자행한다고 판단하고 지자체에 공익제보를 하기까지 용기를 냈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인사상 불이익이었던 것이다.


전남 화순군청 전경. ⓒ화순군청

화순군청 역시 공익제보자 신원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를 접한 뒤 화순군청과 키즈라라 임원진 사이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간 흐름상 A씨는 제보 며칠 뒤 면직을 당했다. 또 공익제보에 대해 후속조치 이행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아직까지 어떠한 개선 조치에도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도 따른다.


현재 '건설관리기술법'에 따르면, 건설기술자들은 발주청(처)의 부당한 업무지시나 부실공사에 대해 거부하거나 관계기관에 알릴 의무가 있다. 알린 기술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인사상 피해나 불이익을 입히지 않아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돼있다.


반박 나선 출자회사 "면직, 중대한 회사규정 위반에 따른 정당한 조치"

반면 A씨가 면직 처분을 받은데 대한 키즈라라 입장은 A씨와 상충되고 있다. 키즈라라 관계자는 "개인정보법상 A씨의 면직사유는 밝힐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중대한 회사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라고 밝혔다. 사실상 A씨가 회사 컴퓨터 내부 보안문서를 공익제보에 이용한 것을 '중대한 회사규정 위반'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키즈라라 관계자는 "A씨는 건축물에 대한 감독, 개발계획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실내 전시 및 인테리어 공사는 그 친구가 담당을 안 했다"며 "내부 전시사업은 건축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전시업체가 하는 영역"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 감리단이 작업이나 자재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서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A씨의 면직에 대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합법적인 구제 절차가 분명히 있다"며 "그런데 본인은 그 구제 신청을 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사가 정말 잘못됐다고 하면 노동위에서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복직처리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그 친구가 회사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를 한 것인데 이같이 중대한 사안은 쏙 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도 키즈라라 내부 갈등이 이번 사태에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광해광업공단 출자회사관리팀장은 "키즈라라 사장과 4개 팀장이 있는데 사장과 3개 팀장은 친하고 A씨와 관계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를 만나면 종종 기술자 마인드가 너무 없는 회사라고 혹평했던 게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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