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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문제 생길까봐..." 그냥 매 맞는 남성들


입력 2021.12.13 05:34 수정 2021.12.15 09:44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40대 가장 폭행한 20대 만취녀, 경찰 도착하자 "성추행 당했다" 주장

"전 남자친구와 닮았다" 또 다른 20대 만취녀 '묻지마 폭행'…피해자는 저항 않고 방어만

전문가 "'차라리 맞고 말지' 스스로 방어권 포기하는 분위기, 과잉 페미니즘 폐해"

"남성들, 피해 입증할 수 있는 녹취나 영상 통해 증거자료 확보해야"

젠더갈등.ⓒ게티이미지뱅크

남성이 만취한 20대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피해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맞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 위험에처하는 것보다 맞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과잉 페미니즘의 폐해'라고 진단하면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지난 7월 오후 10시 55분쯤 술에 취한 20대 여성 A씨가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 주변 산책로에서 가족이 보는 앞에서 40대 가장의 머리를 휴대전화와 손바닥으로 수차례 폭행했다. A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장 폐쇄회로(CC)TV 를 확인한 결과 이런 정황은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여성 경찰관까지 동원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동작구 숭실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45분쯤 술에 취한 20대 여성 C씨가 남성 D씨를 밀치는 등 폭행했다. C씨는 D씨에게 갑자기 다가와 "전 남자친구와 닮았다"며 D씨의 가슴과 팔 부근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성추행 등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방어만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7월 20대 만취 여성이 산책 중이던 40대 가장을 폭행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남성이 여성에게 맞는 과정에서 저항을 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과잉 페미니즘의 폐해'라고 진단했다. 피해 남성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불가피한 신체접촉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빌미로 여성이 역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 사건에 투영됐다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사법정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남성이 오히려 법적으로 방위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성추행으로 나에게 덤터기를 씌울까봐 차라리 맞고 말지라는 식으로 가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과잉 페미니즘의 폐해"라면서 "똑같은 폭행 사건에서 '여자가 때려봐야 얼마나 때린다고 남성의 엄살이 심하다'는 인식은 남성에게만 여성에 대해 포용을 발휘하라는 것으로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부 여성의 사례이더라도 성추행 무고 사건이 있다 보니 남성은 자칫 억울한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구체적인 폭행사건에서 투영됐다"며 "두 사건은 공정의 잣대로 들여다봤을 때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단체에서 신체접촉을 빌미로 공격당할 수 있으니 방어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사법정의에 비춰봐도 온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보통 일방적인 폭행이 잘 없고 쌍방폭행으로 가기 마련인데 맞고만 있기 쉽지 않다"며 "'미투(#MeToo) 운동' 이후로 사회 분위기가 성별 문제에 예민해지고 집단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여성이 가해자일 경우 추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갈 수 있으니 남성들이 이를 감내하기보다 방어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때리는 데 장사 없다'고 여성이 여러 대를 때리면 남성도 아프고 굉장히 불쾌하다. 그런데도 참는다는 것은 신체접촉으로 괜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녹취나 영상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상황을 찍어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정이란 성별, 계급, 빈부와 상관없이 어느 편에 유불리가 있거나 차별받는다고 느껴선 안 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사법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진실을 가려주지 못한다는 불신의 문제가 있다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영상 촬영이 쉽지 않겠지만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도 현장을 녹화하는 장비인 바디캠을 활용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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