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 ‘먹통 사태’ 대처 미흡…실망하며 떠나는 팬들
기기 완성도만큼 중요한 ‘사용자 경험’…개선 노력 기대
김장철에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호되게 고생한 적이 있다. 분명 싱싱해 보이는 굴이었고 맛도 끝내줬다. 여러 사람이 같은 접시에 담긴 굴을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다음날 혼자 탈이 났다. 다시는 굴을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식당에서 먹고 탈이 났다면 항의라도 했을 텐데. 양식장에서부터 신선하지 않은 굴이 출하된 건지,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진 건지, 시장에서 보관을 잘못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유독 면역력이 약해져 있어 탈이 난 건지 알 길이 없어 몇 배로 더 억울했다.
이번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3’ 통화 먹통 사태를 보면서 굴을 먹고 배앓이를 했던 일이 떠오른다. 굴 애호가들이 겨울을 기다리듯 가을은 전통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애플의 계절’로 알려져 있다. 올해 나온 제철 아이폰도 출시와 동시에 국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만큼 애플의 기기 완성도는 정평이 나 있다.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사용자환경(UI)과 견고한 생태계까지 갖춰서 한번 애플 기기를 구매하면 다른 제조사로 잘 옮기지 않는 단단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가격이 사악해도 애플 기기를 믿고 산다.
그런데 100만원을 넘게 주고 산 휴대폰이 ‘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전화조차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올해 10월부터 일부 아이폰13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상대가 전화해도 반응하지 않고 부재중 알림(매너콜) 문자도 오지 않는 콜드랍(통화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 이동통신 3사 중 유독 LG유플러스 고객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집중되자 회사는 임대폰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통사의 적극적인 대처와 달리 애플은 이용자들에게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두 달 넘게 애플에 문의해야 하는지, LG유플러스 잘못인지, 기기를 바꿔야 하는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아이폰13이 훌륭한 기기임은 판매량이 입증해주고 있다. 그래서 애플이 기기를 잘 만드는 만큼 더 친절해지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사후서비스(AS)를 비롯한 전체 사용자경험(UX)이 브랜드 충성도와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애플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이제 아이폰은 쳐다도 보기 싫다”며 실망해 떠나는 소비자들에게 애플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흡한 AS와 ‘호갱’ 논란에도 애플에 지속적인 사랑을 보내주고 있었다. 이 애정이 식는 것은 ‘외산폰의 무덤’인 한국 시장에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애플이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