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제주서 출생등록 안 된 세 자매 발견…정규교육 못 받고 아파도 병원 못 가
작년 1월, 출생미등록 8세 아동 숨진 채 발견…서류상 '무명녀'
2019~2020년 시설 내 미등록 아동 146명…시설 밖 포함시 최대 2만 명 추정
전문가 "미혼모·부적절한 관계 출산, 출생신고 안 해…특별한 이유 없이도 안 하는 경우 많아"
지난달 30일 제주시에서 출생 신고가 안 된 채 살아온 세 자매가 발견됐다. 제주시 등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사망 신고를 하기 위해 14세, 21세, 23세 딸과 함께 제주시의 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A씨는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로 지내왔고 전입신고 마저 하지 않아 남편의 사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센터 직원들은 A씨의 세 딸 모두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 자매는 세상에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세 자매는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도 못했으며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조차 없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혐의로 40대 여성 A씨를 입건했다.
작년 1월에도 인천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8살 짜리 B양이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B양의 친모 C씨는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B양을 출산했지만,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했기 때문에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C씨는 동거남 D씨와의 불화가 생기자 D씨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B양을 살해했고, 일주일이나 시신을 방치한 후 스스로 119에 신고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B양은 서류상 '무명녀(無名女)'였다.
이같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가 작년 3월 251개 아동복지시설을 조사한 결과, 시설에 있는 아동 가운데 출생신고가 안 된 미등록 아동은 2019~2020년 2년 간 146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밖 가정이나 전국 각지에 있는 미등록 아동까지 포함하면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의 아동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출생미등록 아동들은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과 사연으로 출생 신고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별한 사연이나 이유 없이도 단지 출생신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들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만 대부분 미혼모로 출산을 한다든가 적절하지 않은 관계를 통해서 출산을 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적 장애가 있어 출생신고 자체를 모르고 할 능력이 안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한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난민들이 생겼다"며 "난민들이 출산을 하면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경제적 여건이나 학력 수준이 낮은 경우 아이를 키우는 데 학비 등의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한마디로 먹고살기 바빠 신고를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며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워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