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대우조선 매각 불발, 플랜B는? “직 걸겠다” 이동걸 입에 쏠린 눈


입력 2022.01.20 06:00 수정 2022.01.19 11:27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새 인수 후보군 물색, 조선업 규제 등 발목

산은, 내주 간담회 통해서 입장 밝힐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이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이동걸 KDB 산업은행의 입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수많은 리스크에도 매각을 주도해 온 정부와 산은 차원에서 전략 재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3년을 걸쳐 끌어왔던 대우조선 매각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정부와 산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양사의 기업합병(M&A)가 무산된 날 산은은 입장 자료를 내고 가까운 시일 별도의 기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인수 후보군을 다시 추리는 등 차선책을 찾는데 애를 먹는 모양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U의 기업결합 불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EU의 불허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망하면서 플랜 D까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금은 심사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부적절해 내년 1월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민간에서 대우조선을 매각할 새주인 찾기다. 정부와 산은은 공동자료를 통해 매각이 무산될지라도 대우조선 근본적 정상화를 위한 민간 주인찾기에 지속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이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당시에도 M&A 실패로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플랜B를 진행하기도 했다.


후보군으로는 기업 규모와 자금력,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한화, 포스코, 효성, SM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과 대우조선해양의 취약한 재무구조 등으로 이들 기업이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로의 매각은 독과점 이슈로 가능성이 낮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부터 7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수혈로 버티고 있으며, 아직까지 높은 부채 비율을 기록중이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75.8%에서 지난해 3분기 297.3%까지 치솟았다. 당초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으나, 합병 무산으로 상황이 꼬였다.


업황 전망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2019년 당시 불황을 겪었던 조선업 경기가 최근 반등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낙관 전망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은 3∼4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지만 외부 수혈 없이 3~5년 독자생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미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소와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 투자를 위한 지주사 전환이 임박했고, 규제 사업에 굳이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와 효성 등도 친환경·에너지·우주 등 신사업에 주력중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부문을 떼어내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군함이나 잠수함 등을 만드는 대우조선의 방산 사업이나, 양사의 합병 발목을 잡았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 기술 사업 부문을 떼어 다시 통합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다만 방산이나 LNG선 사업은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고 있으며, 한국은 전세계 LNG 선박 시장에서도 87%를 독식할만큼 기술력에서 독보적이다. 핵심 사업을 포기할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 역시 2019년이나 현재나 해외매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맡을 수도 있다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은 2011년 7월 대한조선 매각 당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대우조선해양에 위탁경영을 맡긴 사례가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높긴 하나 위탁경영을 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어서 가능성이 낮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뾰족한 묘책이 없다는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작업 후유증은 조선 산업 구조 개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은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산은은 20년간 대우조선에 공적자금, 혈세를 투입해왔다.


2019년 매각 추진 당시 이 회장은 “노조 반대와 외국 경쟁 당국의 합병 불승인 등 적지 않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기대 효과가 매우 큰 만큼 한번 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회장직을 걸 정도로 각오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장고 끝에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은은 “정부와 협의중인 사항들이 많아서 입장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후속 조치 등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