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이혼율 급감 추세…2021년 10월 이혼건수 7703건, 전년 대비 18% 감소
부부들 "별거 아닌 일에도 싸우게 됐던 명절…코로나19 이후엔 가족끼리 더욱 돈독해져"
전문가 "가부장 문화의 유교 사회…한 쪽이 참을 수 밖에 없는 명절스트레스가 갈등 요인"
"유교적 명절문화 간소화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절로 정착돼야"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문화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영향을 받으면서 다양한 변화와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각종 명절증후군과 갈등으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지나면 늘던 이혼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다툼이 줄어들면서 이혼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유교적 명절문화를 간소화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절로 정착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으로 2019년 11만 800건에 비해 약 4300건이 감소했다. 2021년 10월 이혼 건수도 77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또한 만13세 이상 가구원 3만 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인척·이웃·친구와 관계가 '멀어졌다'는 응답은 36.7%에 달했다. 반면에 가족과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12.9%로 '멀어졌다'는 응답 12.6%보다 많았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코로나로 고향찾기가 줄어들고 제사 준비 등으로 인한 고부 갈등이나 부부싸움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13년차 주부 김모(46)씨는 "명절에 친척들이 다 모이다 보니 밥 차리는 시간에 휴일을 다 쏟고 돌아왔다. 연휴지만 내게는 휴일이 아닌 것"이라며 "누구는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누구는 밥해야 하는 명절이 당연히 싫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명절 때 쌓인 스트레스로 평소엔 별 게 아니었던 일이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명절에 집에서 식구들과 주로 보내다 보니 가족끼리 더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윤모(49)씨는 "오히려 내려가지 못하게 되니까 평소에 양가 부모님께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며 "명절에 내려가는 건 의무감과 부담감이 생겼지만, 이제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효도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씨는 "코로나 발생 이후 명절에 다투거나 눈치 보는 일이 없어지니까 싸움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진짜 조상 덕을 본 사람들은 해외로 여행 간다는 말이 있다. 거창하게 제사를 지내는 문화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변호사들도 명절에 번진 싸움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인철 변호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했던 것이 맞다"며 "평상시에 여러 가지로 쌓여왔던 게 명절을 지내면서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명절뿐만 아니라 사적인 모임이 줄어들다 보니 외부에서 오는 요인으로 인한 갈등이 줄어들어 이혼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보람 변호사는 "명절이 지나면 이혼과 관련해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문의 전화에서 실제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절에 발생하는 고민거리 때문에 전화가 많이 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잘 지내던 부부가 명절 스트레스 하나 때문에 이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하고 "원래 갈등이 있던 사이였다 명절에 발생한 일들이 촉매가 돼 이혼을 결심하고 문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혼율 통계가 줄어든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유교적 명절 문화를 간소화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절로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린다는 좋은 취지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갈등과 다툼으로 귀결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명절은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세뱃돈과 양가 어른들의 선물 준비에 대한 부담까지 있다"며 "결과적으로 한쪽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생겨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제는 이러한 문화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모든 식구가 먹을 만큼만 음식을 준비해 같이 만들고 먹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애착 표현이라는 것은 사실 피부 접촉을 말하는데, 코로나19로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 부딪히면서 친밀해진 것"이라며 "갈등이 해결되는 경우가 물론 더 많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갈등이 더 증가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가부장 문화가 있는 유교 사회에서는 한쪽이 참을 수밖에 없는 명절 스트레스가 갈등의 요소가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앞으로도 지나치게 명절 행사에 참여하고 간섭하는 문화는 지양돼야 한다"고 부연했다.